고령층 많은 농촌 조합원들 외출 힘든 현실에 직접 전달

수요일이던 지난 18일 아침부터 때아니게 광양농협 직원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코로나19 확산 으로 인해 사태가 엄중한 시기이기는 하지만 마스크는 그렇다 치고 방진복에 손장갑, 발 장갑까지 착용한 직원들의 모양새가 여느 아침과는 달랐던 것이다.


남들이 보면 유난스럽다 할 모습임은 틀림없었다. 객장을 오가는 손님들이 이 모습을 봤다면 방 역소독에라도 나선 것이 아닌가 오해할 게 분명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가적 재난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허순구 조합장을 비롯한 광양농협 직원들은 이날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마스크 2만장을 긴급 구입해 포장하는 작업을 벌였다. 이들이 방진복까지 착용하고 나선 것은 혹시나 위생과 감염을 우려했던 탓이다.

허 조합장과 직원들은 광양농협 2층 대회의실에 작업장을 마련하고 확보한 2만장의 마스크를 비닐봉지에 5매씩 나눠 담았다. 서로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으나 이 귀한 마스크에 흠이라도 갈까 싶어 정성을 쏟았다.


이렇게 오전 시간을 모두 쏟아 부어 만든 마스크 비닐봉투가 모두 3500여개, 광양농협 소속 조합 원수와 같은 개수다.


광양농협이 이날 장황하게 벌린 마스크 작업장은 마스크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합원 을 위해서다.


특히 광양농협 조합원의 특성상 농촌에 살고 있는 고령의 조합원이 많은 까닭에 외출을 꺼리는 상황이 지속되자 허조합장이 직접 나서 어렵사리 마스크 2만장을 구해 포장작업을 하고 직원들이 직접 각 마을회관을 방문해 조 합원들에게 전달했다.


요즘 같이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현실을 감안하면 참 고마운 선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공적 마스크 판매가 도심 내 약국과 우체국 등지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외출에 자유롭지 못한 어르신들은 광양농협이 전달한 마스크를 건네받고 환한 웃음을 얼굴 가득 매달았다.


허 조합장은 “우리 광양농협 조합원은 광양읍은 물론 봉강면, 옥룡면 등 농촌지역에 폭넓게 분포 돼 있는데다 평균연령도 70세 이상으로 연령층이 높아 공적 마스크 구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외출 또한 꺼려하는 실정” 이라며 이날 마스크 공급에 직접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특히 마스크 구매 5부제 시행에 대한 이해 부족과 연로하신 노년층의 장시간 대기에 따른 불편함, 약국 등 구매처 접근성에 대한 애로사항 등으로 공적 마스크 구입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이장님들을 비롯해 조합원의 고충을 전해 듣고 긴급 교육지원사업비 예산을 편성해 조합원에게 마스크를 지원키로 하고 마스크 확보를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해 어렵게 2만매를 확보해 이렇게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광양농협은 이날 마스크 지원 을 위해 작업장 방역은 물론 방진 복, 위생마스크, 위생장갑 착용 등 철저하게 위생수칙을 준수면서 직원들이 직접 포장한 뒤 해당마을에서 조합원들에게 배부했다.


직원들로부터 마스크를 전달받은 세풍리 해두마을 이모(75)씨는 “마스크 구입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우체국에 갔지만 몇 시간을 기다려도 구입하지 못해 헛걸음 하기 일쑤였다.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는 5부제가 시행된 뒤에는 사실을 모른 채 약국을 찾았다가 많은 시간을 기다리고도 그냥 돌아와야 했던 낭패를 본 뒤론 마스크 구입을 포기했다”며 “마스크 를 쓰지 않고 버스를 타면 사람 에게 미안해 아예 외출도 하지 않고 있는데 농협이 이렇게라도 마스크를 구해주니 참 고맙다”고 전했다.


그는 “마침 생필품이 다 떨어져 가는데 이제 마스크를 쓰고 시장도 가고 마트도 갈 수 있게 됐다” 며 “당장 손주 놈이 먹고 싶다는 라면을 어서 사러 가야겠다”고 웃음을 달았다.


허 조합장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자주 손 씻기, 손 소독제 사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감염 예방수칙을 철저하게 지켜 줄 것과 개별 위생관리에 신경 써 코로나19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조합원 모두 힘을 모아 달라”며 “앞으로도 코로나19 극복과 풍년 농사를 위해 조합원들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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