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문화, 가사歌辭로 노래하다

백숙아 문학박사

구름처럼 떠돌던 부질없는 인생살이
정신 차려 돌아보니 찾는 이 하나 없어
공짜로 쓸어 담은 섬진강을 둘러두고
구름 아래 풍광을 울타리로 늘어놓은
백운산 방장산 사이 똬리 튼 정자뿐
그마저 내어주고 다락으로 옮겨가
꽃차 야채주스 과일주 약차
달 귀퉁이 떼어다가 다과까지 구워주니
섬진강 백운산 방장산 끌어안고
줄기장창 있을 요량 눈치 없이 자릴 폈다
덩달아 따라나선 천둥이랑 비구름
정자를 감돌아 휘두르며 놀자하고
능수매화 춤을 추고 막걸리 잔 울어대니
가사는 언제 쓰고 시는 언제 짓나
먹구름 마라톤 하여 천둥번개 몰아가고
둥근 달 강가에 목욕하러 내려오면
반짝이는 은어 떼들 둥근 달을 올라타고
맑고 맑은 섬진강 뱃사공 따라서
강 너머 악양까지 유유히 노저어가
두꺼비 수만 마리와 어깨를 맞대고서
끌어주고 밀어주고 당겨주고 닿은 곳
매화 향 넘실대는 섬진 나루터 주막이라
주머니에 담아온 매화 주모에게 내어주면
섬진강 떠다가 항아리에 발효시켜
겨우내 아껴둔 막걸리에 파전까지
두꺼비 한잔 주모 한잔 나 한잔 구름 한잔
송월정 부부까지 덩달아 들이키니
봄기운에 취하고 막걸리에 취하고
오골계야 나비야 너희들도 이리 나와
구름 타고 저 하늘에 시름 팔러 가자꾸나
오매불망 꿈꾸던 푸른 하늘 훨훨 날아
세상사 구경이나 실컷 하고 오게
비단처럼 펼쳐진 붉은 노을 걸치고서
덩실덩실 어깨춤에 매화 축제 흥 돋우고
봄 제치고 찾아든 뜨거운 여름 오니
우레 따라 태풍까지 요란을 떨어대고
돌담 사이로 쏟아지는 쉼 없는 장대비
정자마루 턱 앞까지 빗줄기를 뿌려대니
상추 고추 오이 호박 무엇 하나 남을까
섬진강은 범람하여 집도 절도 내놓으라니
세간 죄다 내어주고 숨어야나 말아야나
코로나에 태풍까지 설상가상 닥쳐와
농부님들 한숨 소리 하늘에 닿을 정도
애간장 타오는 건 나라님도 마찬가지
늦여름 불사르듯 뜨거운 햇살이여
코로나도 태풍도 모두 태워버려라
결실의 계절 다가오고 풀벌레는 달맞이라
달아달아 둥근 달아 쟁반 같이 둥근 달아
토끼랑 계수나무랑 금도끼는 어디 두고
백운산 정상까지 구름옷 드날리니
도솔봉 형제봉 매봉까지 무색해라
학사대를 지나와 금천계곡 목욕재개
백두대간 끝자락인 방장산에 올라와
천왕봉 노고단 반야봉을 지나서
화엄사 천은사 연곡사 쌍계사
천연색색 단풍 옷 곱게 갈아입고
방장산 꼭대기로 나 살려라 줄행랑
정자 감싼 섬진강은 푸른색을 더하고
차가운 바람은 단풍 저고릴 말아가니
초겨울 들녘에 나린 하얀 눈을 걷어다가
치마저고리 지어 입고 정자로 나가 앉아
울타리로 둘러둔 섬진강을 바라보니
나라님 걱정이랑 농부님 애타던 맘
죄다 쓸어안고 흘러가는 물결 일고
하얀 비단 펼쳐 두른 백운산 방장산
나란히 마주하고 섬진강 물 껴안으니
강은 또 알을 낳아 모래 속에 묻었다가
이른 봄날 고운 매화로 부화하여 깨어나면
하늘 아래 둘러두고 눈 호강에 코 호강
인생사 파란 하늘가 언저리에 걸어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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