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가정 아동, 방학 때도 돌봄 공백 없어
민·관·기업 지원+노인일자리사업=성공적 협업

광영동 아이키움센터에는 평일 오전 10시 반에서 11시 사이 아이스박스 2개와 플라스틱 운반함 1개가 배달된다. 이 안에는 밥과 반찬, 국 등이 들어 있다. 매일 아침 광양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엄마손 밥상’에서 어르신 10여 명이 정성껏 조리한 음식들이 따끈따끈하게 배송되어 온다. 이 음식들은 오후 12시가 되면 아이키움센터를 이용하는 맞벌이가정 아동 20여 명에게 배식된다. 배식은 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노인일자리 사업 ‘아동교육시설 지원단’에 채용된 할머님 한 분과 광양시 시민참여단이나 여성단체협의회 자원봉사자가 담당한다.

지난 3일 광영동 아이키움센터에서 맞벌이 가정 아동들을 위해 점심을 나눠주고 있다.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깨끗이 손을 닦은 후 집에서 챙겨온 빈 도시락과 수저를 꺼내 아이들이 배식 장소 앞으로 하나, 둘 모인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마스크를 낀 채 일정한 간격으로 줄을 선다. 광양시 여성친화 시민참여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가 봉사활동에 나선 지난 3일 반찬은 소고기 불고기, 계란찜과 깍두기, 된장국, 그리고 옥수수가 후식으로 나왔다. 다음날 메뉴는 짜장밥과 김치, 만두, 후식은 요구르트였다. 


아이들 입맛에 맞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식단을 구성하기 위해 ‘할머니 밥상’은 어린이급식지원센터에서 식단표를 받아 음식을 조리한다.


예전 같으면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우며 식사를 했겠지만, 요즘은 벽면을 향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앉아 투명 칸막이가 쳐진 밥상에서 조용히 식사에만 집중한다.

아이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할머니 밥상’ 사업으로 제공된 점심을 먹고 있다.

아이들이 식사를 시작하면 돌봄 선생님과 할머님, 봉사자도 밥을 먹는다. 
공간이 넉넉지 않기 때문에 저학년과 고학년 아이들이 시간차를 두고 식사하기 때문에 배식 담당자들은 일찍 식사를 마친다. 저학년 아이들이 식사하는 동안 고학년 아이들은 분리된 공간에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시청하며 시간을 보낸다. 또 고학년 아이들이 식사를 시작하면 저학년 아이들이 분리된 공간으로 들어간다.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자연스레 남은 음식물을 수거함에 버린다. 그리곤 싱크대에서 도시락에 남은 양념들을 씻어낸다. 다소 서툰 아이들을 위해 어른의 손길이 필요하다. 모든 아이들이 식사를 마치면 아침에 배송되어 온 그릇들을 설거지하고 상을 정리한다. 이날 배송된 그릇들은 다음날 엄마손밥상에서 수거해 다시 씻고 소독하는 과정을 거친다. 오후 1시가 되자 점심시간의 일과가 마무리됐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근무하는 할머님은 퇴근하고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하시는 다른 할머님이 출근했다. 
시민참여단인 필자 역시 오후 1시 봉사를 마쳤으며, 이날 2시간의 봉사활동은 1365 봉사시간으로 인정받았다. 


안은영 광양시 여성친화 시민참여단장은 “아이키움센터 아동들의 방학 중 점심 제공 사업에 일손이 부족하다는 연락을 받고 지난 겨울방학부터 시민참여단이 각 센터에 분산 배치돼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대부분이 엄마들이기 때문에 맞벌이 가정의 고충을 충분히 공감하고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내 아이를 키우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득 배달은 누가 하시는지 궁금해 ‘할머니 밥상(광양아이키움센터 행복도시락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광양시니어클럽에 물어봤다. 


광양시 전역에 분포된 10곳의 아이키움센터에 매일 배달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엄마손 밥상’에서 근무하는 어르신들의 인력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어 포스코 봉사단 ‘작은 사랑회’에서 매일 2~6명 정도가 배달을 맡아준다고 했다. 만약 봉사자가 부족하면 시니어클럽 직원들이 직접 배달에 나선다는 후문이다. 

‘엄마손 밥상 1호점’에서 광양시 아이키움센터 10곳에 제공할 점심을 조리하고 있다.

“250여 명에 달하는 광양시 아이키움센터 아동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을텐데 자원은 어떻게 마련했냐” 물으니 “지난 겨울방학부터 ‘포스코 1% 나눔재단’에서 75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되고 있다”고 답했다.


2명의 초등학생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필자 역시 4년여 전부터 아이키움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라 예전에는 이용 아동 학부모들끼리 도시락 업체 한 곳을 선정하면 센터 선생님들이 매일 아이들별로 주문을 받아 도시락을 사오는 식으로 점심을 해결해왔다. 방학이 끝나면 아동별로 얼마짜리 음식을 몇 번 먹었는지, 돌봄 선생님께서 일일이 기록한 기록지를 보며 정산해 학부모들이 결제하는 방식이었다. 불편한 것은 둘째치고, 기성 제품을 사오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영양 불균형은 물론이거니와 한정된 메뉴에 아이들이 짜증내기 일쑤였다. 


이는 아이키움센터사업을 주관하는 여성가족부에서 아이들의 안전과 여러 이유로 급식을 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방학 중 맞벌이 돌봄에 ‘급식’은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였고 이를 인지한 시에서 지속적으로 요청해 싱크대도 설치하고 급식도 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시니어클럽에서 노인일자리사업으로 운영중인 ‘엄마손 밥상 2호점’

다사다난한 과정을 거쳐 지난 겨울방학부터 ‘행복도시락 지원사업’이 시작됐고, 이 혜택을 누리고 있는 필자를 비롯한 많은 학부모들이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낳기만 하면 지역사회가 함께 키운다’는 외침들이 입바른 소리가 아니라, 정말 실현되고 있는 광양에 살고 있어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다만 이번 사업이 올 여름방학까지만 진행될 예정이라 다가올 겨울방학이 걱정됐다. 이러한 학부모들의 염려를 없애기 위해 광양시는 지난 6월 관련 조례를 개정, 내년부터 예산을 책정해 지속적으로 아이키움센터를 이용하는 맞벌이 가정 아이들에게 방학 때마다 점심을 제공할 계획이다.


최숙좌 여성가족과장은 “전국에서 우수사례로 꼽혀 오는 9월 행안부 주최 저출산 전국대회에 전남 대표로 출전하는 ‘워킹맘 걱정없는 방학나기 광양할머니 밥상’ 사업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시민 모두의 단합으로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시책들을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광양아이키움센터는 맞벌이 가정 증가로 방과 후나 방학 중 혼자 있는 아동들이 즐겁고 안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돌봄과 놀이, 체험을 결합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지역 내 12곳이 운영 중이며 주로 공공시설과 아파트 주민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공간을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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