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읍 공공실버주택 어르신들이 만드는 깨끗한 우리동네
공동주택 에티켓 및 공동체 교육, 친환경 화장품 제조 체험

그 옛날 마을 공동 우물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했던 풍경들, 두레, 향약으로 이어오던 공동체의 미풍양속이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산업화와 개인주의, 핵가족화로 인해 사라짐에 따라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의 갈등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안타까워한 지역민들은 더불어함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이뤄지는 ‘마을 공동체’ 사업도 그 일환이다. 현재 우리 지역에 어떤 마을 공동체가 있는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매주 1곳의 마을 공동체를 찾아 탐방해본다.<편집자주>

새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면 처음 만나는 이웃과 환경에 낯설어 하며 한동안은 삐걱거리는 적응기를 겪게 마련이다. 지난 3월 처음 입주한 광양읍 공공실버주택 어르신들은 더욱 그러했다.


아파트에 거주해보신 분도 계시지만, 주택에서 자유롭게 거주하다 입주한 분도 계시고, 다양한 지역에서 60년 넘게 살다 온 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살기 시작하다 보니 이웃과 터덕거리는 일도 많았다.

저녁에 술 먹고 고성방가하시는 분, 층간소음으로 싸움 직전까지 간 이웃들, 아무데서나 흡연하시는 분, 이웃과 서먹서먹해 집에서만 지내시는 분 등 입주 초반에는 모두가 낯선 환경에서 예민한 시기를 보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고민하던 서선자 공공실버주택 관리사무소장은 시에서 ‘2021년 아파트형공동체 활동지원사업’ 공고가 난 것을 보고, 이를 활용해 공공실버주택이 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탄생한 광양읍 공공실버주택 ‘은빛 지킴이단’은 ‘내가 만드는 깨끗한 우리동네’라는 사업을 진행중이다. 어르신들 20명이 모여 회의를 통해 대표를 정하고, 운동 삼아, 소일거리 삼아 매월 1번씩 만나 아파트단지 인근을 돌며 쓰레기를 줍기로 했다.

또 아파트에서 공동생활을 위해 지켜야 할 기본 규칙을 익히고, 서로 소통하며 배려하고 이해하는 공동체 의식을 쌓아가며 공동생활 중 발생할 수 있는 생활 민원들을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어르신들의 재미와 건강, 취미 생활을 위해 친환경 세제 및 화장품을 만들어보는 시간도 매월 갖기로 했다.

지난 8월 결성되고 2개월이 지난 지금, 은빛지킴이단의 활동으로 광양읍 공공실버주택은 매일 웃음꽃이 넘쳐 흐르는 행복하고 즐거운 공동체로 탈바꿈하고 있다.

 

주을찬 은빛지킴이단 대표는 “매월 한번씩 모여 함께 주변 청소도 하고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다 보니 서로를 챙기고 집도 오갈 정도로 친해졌다”며 “무료하고 심심하다가도 내가 마을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생각에 절로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서선자 소장의 제안으로 참여하게 된 활동이지만, 지금은 어르신들이 다음 행사 일정과 안건을 정하고, 서로 참여를 독려할 만큼 적극적인 행위자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어르신들이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화재경보가 울리는 일도 다반사였는데,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규칙과 이용법 등을 교육 받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면서 시행 착오를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아파트에 살면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는데, 이곳 어르신들은 오히려 집집마다 대문을 활짝 열어 놓고 지낼만큼 더 끈끈한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서선자 소장은 “처음에 서먹서먹했던 어르신들이 이제는 가족처럼 지내시면서 서로 안부를 묻고 공동체 의식을 통해 외로움, 우울감 등을 떨쳐내고 즐겁고 행복한 표정을 짓게 됐다”며 “은빛공동체 활동을 훈장처럼 자랑스러워하시며 주변 분들에게도 참여를 독려하고 열정적으로 활동하시는 모습을 보며 위드코로나가 시행되는 내년에는 더욱 다양한 사업을 기획해 많은 기회를 만들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어르신들의 이런 활동들이 지역사회에 전해지면서 많은 봉사단체들이 어르신들을 응원하고 돕기 위해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공공실버주택은 은빛지킴이단이 지키고, 은빛지킴이단은 지역 사회가 지키는, 연대의 공동체 시민의식이 발현되는 현장의 중심에 있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