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등학생이 된 시민신문 학생기고진, 손권우·최혜원 학생
일상생활부터 미래의 꿈까지…17살 동갑내기의 소소한 이야기

학생들의 시선과 목소리로 우리 사회의 단면을 꼼꼼하게 표현해 왔던 학생기고. 2016년 말부터 광양시민신문과 함께했던 학생기고가 어느새 햇수로 6년째에 접어들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시민신문에 꾸준히 기고를 냈던 학생 중 한 명이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니 꽤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창간 10주년을 맞이한 광양시민신문이 올해 고등학생이 된 학생기고진 중 손권우·최혜원 학생 2명을 직접 만나 그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광양시민신문에 꾸준히 기고를 내는 학생 중 2 명을 만나기로 했다. 광양읍의 한 커피숍에서 기다리는 동안 학생들이 써왔던 기고를 다시 한번 살펴봤다. 같은 책을 읽고 비슷한 시선을 가지면서도 표현하는 방법이 저마다 다르다. 기고를 쭉 보고 있으면 학생들의 글쓰는 방식이 어떻게 성 장해 왔는지도 어렴풋이 보였다.

잠시 후 손권우 학생이 먼저 커피숍에 들어섰다. 훤칠하게 큰 키의 권우 학생은 머뭇거리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선뜻 말을 걸지 못하는 모양새가 ‘오늘 만날 사람이 이 아저씨(!)가 맞나’ 전화를 걸어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만난 적은 없었기 때문에 말을 걸길 망설인 건 마찬가지다. 신문에 나온 사진과 실물이 어딘가 닮지 않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막 고1이라고 하기엔 키가 꽤 커 보였는데 요즘 학생들은 성장발육이 남다르긴 하다는 생각이 뒤늦게 스쳤다.

최혜원·손권우학생
최혜원·손권우학생

권우 학생과 담소를 나누는 사이 최혜원 학생도 학원을 끝마치고 왔다. 혜원 학생 역시 실물이 더 낫다. 조금 작은 키에 수줍은 듯한 표정과 달리 눈빛은 강단이 있어 보인다.

혜원 학생의 학원이 끝나는 시간과 권우 학생의 학원이 시작하는 시간 사이로 인터뷰 약속을 잡았기 때문에 수다에 가까운 질의응답이 이어 졌다.

먼저 두 학생은 모두 황미경 선생님께 논술을 배우고 있다. 권우 학생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형을 따라 논술을 접했고, 혜원 학생도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공부해 왔다.

둘은 같은 조에 속해 있어서 같은 책을 읽고 느낀점을 글로 씀은 물론 토론도 자주 한다. 이때 쓴 글이 학생 기고로 실리게 되는 것이다. 가장 최근 토론했던 주제는 무려 ‘부동산값 급등’과 ‘대장동 논란’ 문제다.

논술을 배우고 신문에 기고를 실으면 어떤 기 분일까.
권우 학생은 “평소 책의 내용이나 시사 문제를 깊게 대화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친구들과 다양한 주제로 토론할 수 있어서 조금 더 세상과 교감 하는 느낌이 든다”며 “직접 쓴 글이 신문에 실린 것을 처음 봤을 때는 마냥 신기했다”고 말했다.

혜원 학생은 “권우가 너무 말을 잘 한다”며 “제가 느꼈던 마음과 똑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치·사회·인권 등 폭넓은 주제를 글로 쓰고 토론하는 게 재밌다는 이들은 일상에서 관심 있는 분야는 또 그 나이대와 맞는 모습을 보였다.

혜원 학생의 책상
혜원 학생의 책상

혜원 학생은 아이돌이 관심사다. 좋아하는 아이돌은 NCT의 해찬이라고 말하며 얼굴이 붉어 졌다. 처음엔 노래로 먼저 접해서 목소리에 반했다가 영상을 찾아보게 되니 실물도 매력적이었다고 한다. NCT가 컴백하면 이번에는 팬클럽도 가입할까 고민 중이다. 좋아한지는 꽤 됐지만 아직은 공부에 더 투자할 때라는 판단이 앞서 미뤄뒀다고 했다.

또 다른 관심사는 다이어트다.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 10kg 이상 빼는 게 목표라면서 2주도 안 남은 인터뷰 때도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혜원 학생은 ‘빼면 금방 뺀다’고 하지만 역시 다이어트는 행동보다 말이 먼저다.

모든 스포츠를 좋아하는 권우 학생은 특히 해외축구에 관심이 많다. 가장 좋아하는 팀은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시티다. 만수르가 구단주인 것으로 유명하다. 사실 보는 것보단 직접 몸을 움직이면서 뛰는 걸 좋아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직접 뛰는 일은 이전보다 많이 줄었다.

대신 오래전부터 홈트레이닝은 꾸준히 하고 있다. 턱걸이와 팔굽혀 펴기, 스쿼트, 플랭크 등 하루라도 안 하면 죄책감이 들 정도다. 스스로 ‘헬 창(헬스 트레이닝에 매진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은어)’까지는 아니라지만 잠들기 전에 운동을 건너뛰면 괜히 찜찜하다고 한다.

올해 17살, 고1이 된 권우 학생과 혜원 학생은 최근 각자 중학교 졸업식을 마치고 새로운 출발 을 앞두고 있다.
권우 학생은 광양제철고등학교로 진학했는데 읍에서 금호동까지 매일 통학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에 기숙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제철고를 선택 한 이유는 자사고 특성상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권우 학생의 책상
권우 학생의 책상

권우 학생은 “학비가 비싸긴 하지만 원하는 공부를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고등학교는 더 치열해야 할것 같아 수학과 영어 등 선행 학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화순 능주고등학교에 진학한 혜원 학생은 잠시 광양을 떠나 유학길에 나선다. 능주고는 명문대 진학률이 높고 동아리 등 학생 중심 활동이 활발해 선호도가 높은 학교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혜원 학생은 “광양을 떠나 공부하는 게 쉽진 않겠지만 먼저 능주고에 진학한 지인이 추천해서 선택했다”며 “고등학생이 되면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체험을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저마다 미래를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 중인 두 학생의 꿈은 뭘까.
두 학생은 당장 뚜렷하지 않은 꿈을 조금씩 선명하게 밝혀 나아가는 중이다.
권우 학생은 “아직은 미래에 뭐가 돼야겠다는 뚜렷한 생각은 없는 것 같다”며 “당장은 경찰 공무원이나 체육교사 정도 생각하는데 더 많은 경험을 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꿈이 언제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라며 “천천히 미래를 생각하며 노력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혜원 학생도 “사실 최근까지 꿈이 없었지만 뭔가 의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를 다 봤는데 어려운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멋있었다”고 말했다.

두 학생 모두 명문으로 알려진 고등학교에 진학한 만큼 공부는 꽤 상위권이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론 마음껏 뛰어노는 게 좋고, 친구들과 영화를 보거나 카페에 가서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하는 나이다.
모든 순간이 즐겁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흥미로운 두 학생의 미래가 여전히 빛나길 응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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