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보라·정구호 시의원 예비후보
자신의 이름 딴 인형탈 이색 선거 운동‘ 눈길’
공식화된 선거운동 탈피…시민들 친밀감 상승

어떤 사람이 ‘호랑이’ 인형탈을 쓰고 지난 5일 금호동 백운아트홀 사거리에서 계속 손을 흔들었다. 때때로 엉덩이도 씰룩대는 모습이 눈에 딱 들어온다. 퇴근길에 집으로 돌아가던 차량들이 종종 경적을 울리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럴 때면 ‘호랑이’는 머리를 양손으로 꾹 누르고 고개 숙여 화답했다.

이틀 뒤인 지난 7일 중마동 컨테이너부두사거리에서는 또 다른 사람이 ‘보라돌이’ 인형탈을 쓰고 손을 흔든다. ‘보라돌이’는 이날 낮에 중동근린공원부터 성호아파트, 사랑병원, 호반아파트 상가를 한 바퀴 돌았다. 갑작스런 ‘보라돌이’의 출현이 아이들이 구름처럼 몰리기도 했다. 저마다 ‘보라돌이’ 옆에서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호랑이’와 ‘보라돌이’의 주인공은 각각 정구호 예비후보와 김보라 예비후보다. 평소에도 친한 사이인 두 사람 모두 오는 6·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시의원 후보로써 초선을 준비 중이다. 정구호 예비후보는 태인·금호·광영이 속한 라선거구, 김보라 예비후보는 중마동이 포함된 나선거구에서 각자의 이름을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정구호 예비후보는 “올해가 호랑이핸데 이름에 범 호(虎)자가 들어간다”며 “코로나19 등으로 지쳐있는 시민들에게 웃음도 주고, 스스로도 기분 좋게 선거 운동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구호 시의원 예비후보
더불어민주당 정구호 시의원 예비후보

이어 “이전에 LED 조명을 단 피켓을 들고 인사를 했을 때보다 훨씬 시선이 집중되는 효과가 있다”며 “시민들이 경적을 울리거나, 파이팅이라고 소리치며 응원해줄 때마다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호랑이’ 정 예비후보는 나름의 고충이 있다. 인형탈을 쓰고 다니다 보니 땀이 많이 나고 시야도 제한된다.
정 예비후보는 “솔직히 탈을 쓰면 앞이 잘보이지 않고 평소보다 큰 신발을 신고 있어서 의지와는 다르게 아장아장 조심스럽게 걷게 된다”며 “무엇보다 옷이 두꺼워서 출퇴근 인사를 하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고 전했다.

또 “땀으로 젖어가며 시민들께 인사하면서 처음 시의원 도전을 결심했을 때의 마음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며 “손 흔들어주는 시민, 경적을 울려주는 시민, 반갑게 웃어주는 시민. 만나는 시민들 모두에게 느끼는 감사한 마음을 계속 갖고 가겠다”고 약속했다.

김보라 예비후보는 “인형탈은 3월 말부터 있었는데 사무장과 저를 지지하는 청년들이 함께 고민하다 보니 정 예비후보 보다 이틀 늦어 조금 아쉽다”며 “그래도 정 예비후보보다는 옷이 얇아서 땀은 많이 나지 않는다”고 웃어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김보라 시의원 예비후보
더불어민주당 김보라 시의원 예비후보

이어 “이름이 ‘보라’기 때문에 ‘보라돌이’ 인형탈을 쓰기로 했다”며 “초선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시민들이 느끼는 친밀감도 적은데, 인형탈을 쓴 뒤로는 다들 웃으며 맞아줘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보라돌이’ 김 예비후보도 남다른 고충이 있다. 시민들이 ‘뚜비’와 ‘나나’, ‘뽀’도 데려오라고 성화를 부리기 때문이다. 모두 꼬꼬마 텔레토비라는 이름으로 방영된 유아용 교육프로그램의 등장인물들로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캐릭터 중 하나다.

김 예비후보는 “‘와보라고단’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어쩌면 텔레토비 옷을 모두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또 “선거는 특별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시의원이란 자리는 뭔가 누리려는 게 아니라 시민들의 곁에서 친근하고, 속사정을 공감하는 자리라는 마음으로 도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의 선거운동은 각 당 색깔에 맞는 옷을 입은 후보들이 피켓과 명함, 유세차량 등으로 선전하는 게 거의 공식화 됐다.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거부감이 있는 시민들은 그들이 다가와 인사를 하면 피하거나 명함을 받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버리는 일도 많은 편이다.

그렇기에 초선을 준비 중인 두 예비후보는 ‘정치’와의 거리감과 거부감을 줄이려 안간힘을 쓴다. SNS 홍보의 비중도 높이고, 딱딱하기만 한 선거를 어떻게 조금 더 부드럽게 다가갈까 고민한다. ‘인형탈’은 공식화되고 굳어진 정치판을 나름대로 풀어보려는 노력에 가깝다.

두 예비후보의 이색 선거 운동이 지역 정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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