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읍 5일장부터 중마시장까지…올해 20주년
“공장 떡과 가격 경쟁 힘들어도 초심 그대로”
시루떡·쑥개떡·설기·방울 기정·절편·가래떡 등
15종의 다양한 떡…100% 국산 햅쌀만 고집

우리나라에서 가장 발달한 문화 중 하나로 ‘떡 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이사를 했을 때, 아기가 태어났을 때 등 가정에 좋은 일이 있을 때, 심지어 좋지 않은 일에도 떡을 나눈다. 떡을 주고받으며 이웃끼리, 가족끼리 대화를 하고 교류를 해왔다.
중마시장의 ‘새마을떡집’이 올해 20주년을 맞았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봤다.

이른 새벽이 되면 중마시장 한쪽에서 증기와 함께 구수한 냄새가 퍼져나간다. 쫀득한 떡이 다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새벽부터 분주한 시장 사람들 사이로 떡을 꺼내 썰고 포장하는 손길도 덩달아 바쁘다.

떡을 만들기 위해서는 하루 전날부터 쌀을 불려두고 이른 새벽부터 곱게 갈아낸다. 종류에 따라 바로 치대거나 채에 걸러 더 부드러운 가루를 만들어낼 때도 있다. 떡의 주재료인 쌀은 진주나 고흥에서 그해 수확한 햅쌀만 고집한다. 쌀은 1년만 지나도 찰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쌀가루에 다양한 색을 입히고 층층이 쌓아 찌면 무지개떡, 콩과 팥이 더해지면 각각 콩시루와 팥시루떡이 된다. 백설기도 시루떡 종류 중 하나다.

또 쌀가루를 반죽하고 향긋한 쑥까지 더해 쪄내면 쑥개떡이나 쑥떡이 되고, 팥앙금을 넣으면 송편이나 모찌가 된다. 동그란 모양으로 길게 뽑아내면 가래떡, 문양을 찍어 네모난 크기로 자르면 절편이다.

새마을떡집은 원래 광양읍 5일시장에 있었다. 이전 업주가 2대에 걸쳐 내려오던 떡집을 사정상 내놓게 됐는데 지금의 신승호·임승복 사장 부부가 건네받았다. 그렇게 2년 정도 광양읍 5일장에서 떡을 배우며 만들다가 중마시장으로 건너온 지도 벌써 18년이 지났다.

항상 맛볼 수 있는 떡은 가래떡·방울 기정·송편·쑥개떡·경단·시루떡·설기 등 15종이 넘는다. 봄에는 절편이나 쑥떡 등이 잘 나가고, 여름에는 백설기나 방울 기정, 겨울에는 구워 먹어도 맛있는 가래떡이 인기가 좋다. 팥시루떡과 인절미는 계절 상관없이 늘 잘 팔리고, 행사가 많을 때는 약밥도 잘 나간다.

이 밖에도 각종 행사 등에 쓰일 떡은 주문 예약이 가능하고, 쌀을 가져오면 떡을 쪄주기도 한다. 판매 중인 떡은 대부분 한 팩에 3천원. 물가는 계속 오르지만, 부부는 쉽게 금액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임승복 사장은 “쌀과 소금, 설탕까지 재료값이 다 올라서 올초부터 가격을 500원 올리려고 했다”며 “시장 인심이라는 게 그렇다. 값을 올려야지, 올려야지 하면서도 아직 못 올렸다”고 토로했다.

이어 “20년이란 시간 동안 떡 문화가 참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낀다”며 “처음에는 마트 등 여러 곳에 납품도 하고 행사가 있을 때마다 주문량도 제법 있었는데 갈수록 공장에서 생산되는 떡에 밀리고 가격 경쟁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두 부부의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돈이야 많이 벌면 좋겠지만 사람들과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나름 재미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시골 어르신들이 묵은쌀을 가져와서 떡을 쪄달라고 하고, 완성되는 시간 동안 나누는 일상 이야기는 늘 정겹다.

임 사장은 “어르신들에게 항상 멥쌀과 찹쌀을 섞지 말고, 맛있는 떡이 먹고 싶으면 묵은쌀 말고 좋은 쌀을 가져오라고 핀잔을 준다”면서도 “둘러앉아 같이 밥도 먹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난다”고 말했다.

이어 “20년이 지났어도, 많은 것이 변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며 “옛날 시골 방앗간처럼 사람 냄새가 진한 곳으로 남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정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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