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서 광양시의회 ‘최초 장애인 시의원’ 입성
장애인 비롯해 노인·다문화·여성 등의 복지 향상 기대

박문섭 광양시의원 당선인
박문섭 광양시의원 당선인

6·1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광양시의원에 당선된 박문섭 광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지체장애 4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다. 3살 때 처음 장애가 발견됐다. 영양결핍과 척추결핵이 원인이었다.

남들보다 왜소했던 탓에 초등학교를 9살 나이에 입학했다. 아버지는 학교가 가까웠어도 매일 자전거에 아들을 태우고 등하교를 도왔다.

어느 날은 담임선생이 아버지에게 편지를 건넸다. 아버지가 큰아버지 집에서 그 편지를 읽고 눈물을 흘렸던 모습이 기억난다.

훗날 아버지가 어른이 된 그에게 편지 내용을 넌지시 알려줬다. 그날 편지에는 다른 학부모들이 장애인인 아들이 학교에 다니는 걸 꺼린다는 이야기가 담겼다. “그럴 수 있잖아요라고 웃으며 말하는 박 당선인도, 어른이 될 때까지 당신의 설움을 아들에게 전하지 않았던 아버지도 참 단단한 사람이겠구나짐작된다.

사실 장애인은 지금도 불편한 시선의 대상이다. 박 당선인이 어릴 때인 1970년대는 더 심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는 공부를 잘했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학교에 입학한 덕일지 모른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 때는 투표를 통해 반장으로 뽑혔다. 당시 젊은 담임은 투표로 뽑긴 했는데 장애인이라 걱정이 많아 보였다고 한다.

결론은 투표 결과를 따르기로 해서 반장직을 수행하고, 곧잘 해내는 모습을 보고 담임이 나중에는 더 많은 것을 시켰단다. 이를테면 동화구연 대회같은 것? 박 당선인은 구령대에 올라 전교생 앞에서 다양한 몸짓과 목소리를 섞어 동화를 표현했던 그때 기억이 새롭다.

초등학교 때는 백운예술제, 중학교 때는 호남예술제에 학교 대표로 나가 글솜씨를 뽐낸 때도 있다. 지금도 말보다는 글이 더 편하다.

하나씩 스스로 성취해 나가며 성인이 된 그는 귀금속 가공 등의 일을 하다 2009년부터 사회복지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2011년 광양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창립총회를 개최해 소장이 된 뒤, 지금까지 장애인의 자립을 돕기 위한 활동에 적극이었다.

2020년 동료상담 진행
2020년 동료상담 진행

그런 그에게 6년 전 큰 위기가 있었다. 센터가 중증장애인의 이동을 돕는 휠체어슬로프 차량 구입을 위해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4500만원을 목표로 모금활동을 전개하고 있을 때였다.

척추측만증이 원인으로 굽은 등이 신경을 눌러 자칫 하반신 마비까지 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척추 6마디를 잘라내고 인공 척추를 이어주는 수술을 하게 되는데 수술 시간만 8시간이 훌쩍 넘는 대수술이었다.

그때 박 당선인은 자신이 혹시 다시 깨어나지 못하거나 수술이 잘못됐을 때를 생각해 새로운 소장을 선임하는 플랜B를 심각하게 고민도 했다.

박 당선인은 자립생활센터는 장애인 당사자여야 하고, 자립생활이라는 이념으로 무장이 돼야 해서 후보자 물색에 어려움이 많았다결국 적절한 사람을 찾지 못해 불안한 마음으로 수술대에 올랐는데 수술도 잘 되고, 모금도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소회했다.

2021년 장애인 인권 교육
2021년 장애인 인권 교육

시의원, 또 다른 삶의 4
최초라는 타이틀의 무게감

14년여의 사회복지사 생활과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일을 잠시 쉬게 된 그는 업무 인수인계와 의정활동 준비를 위한 공부로 하루가 바쁘다.

새로운 소장은 타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해 왔던 사람이 오게 됐다. 27일 총회에서 투표로 확정될 예정이다.

요즘 박 당선인의 마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기대 반 걱정 반이 가장 적합하다.

시작부터 함께해온 광양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새로운 소장 아래에서 제 역할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도 앞서고, 시의회에서 최초 장애인 시의원으로서 장애인의 목소리를 직접 대변하고 정책화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부푼다.

박 당선인은 무엇보다 함께 사는 방법을 찾는 게 최우선 목표라며 사람은 배제나 소외되지 않아야 하는데 가장 쉬운 방법은 기준을 낮추는 일이고, 이를 위한 의정활동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이전 의회의 회의록이나 시정질문 영상들을 보며 열심히 공부 중이라며 자리만 차지하는 시의원이 아니라 작은 변화라도 꼭 이뤄내는 시의원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2021년 전남도청 장애인정책 요구
2021년 전남도청 장애인정책 요구

최근에는 의회 사무국의 요청으로 현재 보수작업이 한창인 의회 시설을 장애인 입장에서 점검하는 시간도 가졌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2명과 실제 시설들을 확인하며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개선점이 무엇인지를 확인해 몇몇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그동안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 무엇이 필요하냐였다. 제안하면 정책 반영이 되지 않거나 변형되기 일쑤였다직접 당사자가 정책화하는 과정을 거치면 조금 더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지만, ‘처음이라는 타이틀의 무게감에 내가 잘해야 장애인의 다음 활동 영역이 보장될 것이라는 부담감도 따른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느꼈던 한계 등을 잊지 않고 이제 장애인을 비롯해 노인, 여성, 다문화가정 등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가겠다늘 치열하게 살아왔고 한다면 제대로 해보자하는 성격이다. 응원과 격려를 전해준 모든 시민을 위해 의정활동 제대로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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