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인 감독, 김다현·최한빈·조어진 인터뷰
‘역전 거듭 100분 승부’…치열했던 결승전
올해 목표 “남은 전국대회서 한번 더 우승”

광양여고가 제30회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 고등부 결승전에서 경북 포항여전고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4일 강원도 삼척에서 열린 결승전은 연장을 포함한 100분간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는 등 치열한 승부가 계속됐다.

광양여고에게 이번 여왕기는 7년 만에 다시 우승이라는 의미와 함께, 지난해 결승에서 같은 상대에 패배했던 아픔도 설욕하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게다가 고교 여자축구 최강으로 평가받는 포항여전고의 여왕기 3연패까지 저지시켰다. 값진 승리의 주역들을 만나 결승전에 대한 이야기부터 소소한 일상까지 들어봤다.

죽을 만큼 힘들었다
여왕기 우승, 그 뒷이야기

권영인 감독과 김다현 주장, 결승전에서 21도움으로 맹활약을 펼친 최한빈, 수차례 결정적인 세이브를 기록하며 승리를 도운 조어진은 이번 결승전을 한마디로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다현 주장은 연장을 처음 뛰어봤더니 쓰러지는 줄 알았다. 마지막 3번째 골을 먹혔을 때는 주저앉기도 했다한빈이가 결승골을 넣어주지 않았다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권영인 감독, 김다현 주장, 최한빈, 조어진 선수
왼쪽부터 권영인 감독, 김다현 주장, 최한빈, 조어진 선수

권영인 감독도 이렇게 엎치락뒤치락하는 경기를 오랜만에 해봤다지난해는 포항여전고를 상대로 여왕기와 추계연맹전 모두 졌다. 이번에는 꼭 이겨보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해 왔다. 우승했을 때는 그동안 해왔던 모든 것들이 떠오르면서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다. 며칠 지났지만 지금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권 감독은 여왕기를 준비하면서 선수들의 근지구력과 근스피드를 올리는데 집중했다. 쉽게 말해 빠른 페이스로 오래 달릴 수 있는 능력을 높였다는 이야기다. 또 지난해까지는 주로 개인 능력을 높였다면 올해는 조직력이 더 탄탄해지는 방향으로 설정했다.

그는 훈련이 힘드니까 아이들이 울기도 많이 울었다면서도 경기 중 뛰는 양에서부터 상대 선수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니 이번엔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승전에서 만난 포항여전고는 역시 쉽지 않은 상대였다. 동점으로 끝나긴 했지만 전반전은 내내 끌려다니는 모습이 이어졌다. 권 감독은 하프타임 중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건넸다.

권 감독은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소 운동장에서 했던 것들을 해보자고 주문했다. 졌다고 해서 창피한 게 아니라 연습했던 것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경기가 끝나는 게 창피한 일이다. 져도 된다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결승전에서 수문장을 맡았던 조어진 골키퍼는 올해 2학년으로 큰 대회가 사실 처음이다. 조어진은 사실 너무 떨려서 경기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고 싶은 것도 잘못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김다현과 최한빈은 결승전에서 키퍼인 조어진에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정직함이 문제였다.

두 선수는 어진이가 공이 경기장 밖으로 나가면 계속 빨리 가져와서 경기를 이어갔다체력이 한계에 달해서 조금만 시간을 끌어주면 좋겠는데 오히려 갈수록 빠르게 가져왔다고 토로했다. 조어진은 최대한 연기를 하면서 늦게 한 거다. 사실 상대 선수들이 잔뜩 화가 나 있어서 눈치가 보였다고 해명했다.

권 감독은 어떤 사람?
연습 없을 때 휴식은 어떻게?

아직 10대 나이의 어린 선수들에게 권영인 감독은 경기장 안에서는 무서워도 밖에서는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감독이다. 경기 때는 불같이 화를 냈다가도 경기가 끝나면 몇 분도 안 돼 장난도 많이 친다고 한다.

김다현은 중학교 때는 그냥 열심히만 뛰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올라와서 감독을 만나고 조직적으로 많이 배웠다. 한결같은 분이라고 말했다. 최한빈도 중학교 때는 혼자 공을 찼는데 고등학교 때는 같이 하는 법을 많이 배웠다그래도 계속 뛰는 연습을 반복시킬 때는 왜 뛰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3명의 선수들은 모두 축구를 위해 타 지역에서 건너온 친구들이다. 김다현은 경기도 성남, 최한빈은 서울, 조어진은 경기도 양평에서 왔다.

이들이 광양여고로 넘어오기까지는 권 감독의 노력이 가장 컸다. 고교 여자축구는 인프라가 적기 때문에 감독이 스카우터 역할까지 겸할 때가 많다. 3명 모두 권 감독이 중학생 때부터 눈여겨봤던 선수들이다.

선수들은 주말이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서 쉬고, 평소에는 휴식을 즐기는 방식이 제각각이다.

김다현은 혼자 숙소에서 쉬거나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가끔 밖에 나가면 해산물을 좋아해서 회나 초밥도 자주 먹고, 얼큰한 마라탕도 즐긴다. 최한빈은 대부분 숙소에서 자면서 쉰다. 귀찮음이 많은 성격이어서 한번 나가기 위한 마음을 먹기까지 오래 걸린다고 한다. 조어진은 친구들과 놀러 나가는 게 좋다. 대부분 먹으러 나가는데 뭘 먹냐는 질문에 마라탕이라며 수줍게 웃는다. 최한빈도 요즘은 마라탕 없이는 못 산다고 덧붙였다.

반면 권 감독은 제대로 쉬어본 때가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대회 때는 상대를 분석하고 훈련계획과 전술을 짜느라 바쁘고, 대회가 없을 때는 선수들 진학에 새롭게 데려올 만한 어린 선수들의 데이터를 보는 일, 다른 대회 출전을 위한 후원을 찾는 것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다.

권 감독은 안 쉬어본 지 너무 오래됐다. 오늘 좀 쉬어볼까 하는데 어떻게 쉬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멋쩍게 웃었다.

권 감독과 선수들의 올해 목표는 남은 전국대회 중 한번 더 우승이다.

당장 오는 22일부터 87일까지는 제21회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가 경남 창녕에서 열린다. 10월에는 울산에서 제103회 전국체전도 예정돼 있다. 중간인 9월에도 2022 추계한국여자축구연맹전이 강원도 화천에서 열리는데 이때는 1~2학년의 어린 선수들의 출전 감각을 높이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권 감독은 여자축구는 기업구단 유스시스템 등 지원을 받는 남자축구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뛰고 있다. 광양시체육회·전남도체육회 등 지원이 감사하지만, 조금 더 많은 지역의 관심과 후원이 절실하다올해 남은 대회는 물론, 앞으로도 광양여고가 좋은 성적과 모습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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