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전국 윤동주 시낭송 대회서 ‘동시 입상’
‘시조’는 엄마가 스승…‘시 낭송’은 딸이 스승
“시조와 시 낭송의 즐거움 함께 나누고 싶다”

왕나경 씨와 이은아 씨는 평생의 친구이자 라이벌, 서로가 스승인 엄마와 딸이다. 나경 씨는 딸에게, 은아 씨는 엄마에게 서로를 응원하는 잔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나경 씨는 딸에게 ‘시조의 엄격한 규칙’을 알려주고, 은아 씨는 엄마에게 ‘올바른 발성과 장단음 발음’을 알려준다. 최근 모녀는 ‘제4회 전국 윤동주 시 낭송 대회’에서 나란히 입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지난달 24~25일 광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4회 전국 윤동주 시 낭송 대회’는 사단법인 윤동주문학연구보존회(이사장 천창우)가 주관해 전국 각지에서 참가자들이 몰리는 등 계속해서 대회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올해도 서울, 부산, 제주 등 전국에서 70여 명이 치열한 예선을 거쳤고, 50명이 본선에 진출해 윤동주와 관련된 시를 낭송하며 다양한 퍼포먼스와 실력을 겨뤘다. 

4시간의 열띤 경연 결과, ‘참회록’을 낭송한 이은아 씨는 은상, ‘또 다른 고향’을 낭송한 왕나경 씨는 장려상을 수상했다. 왕나경 씨는 지난 2회에 이어 또 한 번 수상의 영광을 안았고, 이은아 씨도 첫 출전에 은상이라는 큰 선물을 받게 됐다.

나경 씨는 “시 낭송은 대회를 한번 나갈 때마다 꾸준히 듣고 외우고, 세세하게 감정표현을 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때마다 딸이 장단음과 세세한 감정 표현을 조언해 주면서 잔소리를 참 많이 한다”고 남다른 고충을 털어봤다.

은아 씨도 “엄마가 큰 무대에서 멋지게 시 낭송을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면서 “제게 늘 라이벌이라고 말씀해 주시는데 서로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기뻐해 줄 수 있는 사이인 게 감사하고, 가끔 자매 같다는 말을 듣는 것도 너무 기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대회 뿐 아니라 모녀는 종종 전국대회에 함께 출전해 상을 받아 왔다. 2019년 제6회 수안보온천 시조문예축전에서도 왕나경 씨는 대상, 이은아 씨는 신인상을 받았다.

사실 왕나경 씨는 지역에서 시조를 열심히 전파하고 있는 여류작가로 이미 유명하다. 2017년에 계간지 신인문학상 시조 및 아동문학(동시조) 부문에 당선된 뒤 ‘광양만 김치’, ‘섬진강 벚꽃 팝페라’, ‘어머니의 강’ 등 3권의 작품집을 펴냈다. 필력은 짧을지 몰라도 매일 2편 이상의 시를 써내는 등 왕성한 작품활동이 돋보인다. 하동문인협회 정회원, 사단법인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독도 플레시몹 작가상(2017) △한국시조문학상 본상(2018) △제32회 허난설헌 문학상 시조 부문 본상(2018) △제9회 무원문학상 시조 부문 본상(2020) 등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딸 은아 씨도 엄마가 작가가 된 이듬해 등단한 시조 시인이다. 사실 그보다 앞서서는 젊었을 때 연극판에서 배우로도 활동했었다. 지금은 남편과 함께 골프연습장에서 일하면서 아이를 키워가고 있다. 연극무대에서는 잠시 내려왔지만 대신 시 낭송 무대에 올라서고 있다. 시조집 출판은 엄마의 조언을 따라서 천천히 할 계획이다. 

은아 씨는 “시조는 엄격한 틀 안에서 함축적인 의미를 다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며 “지금은 그 틀 안에 나만의 세상을 넣는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조로 나만의 세상을 표현하고, 연극 경험을 살려 시 낭송도 할 수 있어서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며 “하루빨리 성장해서 엄마와 같이 아카데미를 열어 시조와 시 낭송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또 “어딜가든 제가 가장 어리다. 그만큼 시조나 시 낭송이 젊은 사람에게 생소한 문화가 아닐까 싶다”며 “누군가가 ‘살아있다는 느낌, 재밌는 경험, 해냈다는 성취감과 뿌듯함, 날 위한 자존감’을 높이는데 시조나 시 낭송이 큰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나경 씨도 “때로는 혼자, 때로는 딸과 함께 전국을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하다 보니 하루하루가 너무 바쁘다”면서도 “앞으로도 모두가 시조와 시 낭송을 알아가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광양지역에 그 저변을 더 확장해 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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