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문학에 잔뼈 같은
존재가 되지 않도록
에스프레소 닮은 시 쓸 것”

강현수 아트공간 이음 대표이사(시민신문 이사)가 제34회 신라문학대상 시조 부문에 당선됐다.

한국 문학의 등용문인 제34회 신라문학대상 4개 부문(소설, 시, 시조, 수필) 당선자에 대한 시상식이 지난달 27일 경주 황룡원에서 열렸다.

경주시가 주최하고 신라문학대상 운영위원회가 주관, 경주문인협회가 후원한 이번 시상식에서 강현수 대표는 시조 ‘에스프레소’로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전국에서 응모한 올해 작품은 시 435편, 시조 150편, 수필 179편, 소설 83편 등 총 847편으로 응모 열기가 뜨거웠다. 결코 짧지 않은 연륜의 문학상 명성에 걸맞게 올해도 어김없이 우수한 작품들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박기섭 시조 시인은 심사평에서 “수상작 ‘에스프레소’는 원두의 붉은 서정을 쓰디쓴 사유의 언어로 로스팅 해 시 쓰기와 결부함으로써 의미의 중층 구조를 형성했다. 일종의 메타시 성격을 띠며 적실한 비유와 행가름의 변화를 통해 생의 정서를 확인하는 점을 눈여겨봤다”고 평했다.

강현수 대표는 “갈수기인 남도 땅에 휘적휘적 비가 내리던 날, 들려주신 당선 소식은 성탄의 큰 선물이 되었다. 에티오피아나 예멘에서 수확한 원두의 피 냄새를 킁킁 맡으며 도회의 골목 어느 카페에서 시작됐던 저의 시가 목마른 울대를 건드리고 말았다. 약한 손과 떨리는 무릎을 굳게 하고 싶어 몸부림치던 이 땅이 견고해지고 온 우주가 제 마음 안에 가득 차는 기쁨이었다. 매듭달 끄트머리에 대롱대롱 매달린 하루하루를 겁에 질린 듯이 버티며 살던 제게 사막이 아름다운 밭이 되도록 은혜 베풀어 주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 올린다. 그 어떤 변명도 저의 부족함을 가려 줄 수 없음을 알기에 당선이라는 지주목을 세워 새순이 돋도록 용기를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허리 숙여 깊은 감사드린다. 목에 가시처럼 걸려 있던 무능이라는 단어를 뱉어내지 못한 채 아픈 시간이 직조한 우울의 겉옷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싶다. 점점 빈곤해지는 이 시대의 시조문학에 잔뼈 같은 존재가 되지 않도록 에스프레소 닮은 시를 쓰겠다. 농부가 추수를 위해 이른 비와 늦은 비를 오래 참으며 땅의 소출을 기다리듯이 부족한 저를 끝까지 기다려 준 아내와 아이들에게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다. 군불 같은 사랑 그 곁에 서면 아랫목의 따뜻함이 혈관까지 이어지도록 응원하고 격려해 준 포연회 친구들, 기도로 응원해 준 대광교회 사랑하는 식구들, 글 쓰는 법을 가르쳐 준 공광규 시인님, 겨울의 허허벌판이 시리지 않도록 마주 잡을 손 내밀어 준 이민환 선생님, 광양문인협회, 곰솔문학회, 시와 찻잔, 창작과 사회, 시마루의 모든 문우님과도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신라문학대상 공모가 34회가 되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허락해 주신 경주시와 경주문인협회 모든 분들께도 깊은 감사 올린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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