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청 공식 유튜브 ‘오롯이 광양’ 현장스케치
회의와 촬영의 ‘무한 반복’…“퇴근은 언제 해요?”
콘텐츠를 향한 ‘찐 광기’…광양시장도 예외 없다

광양시청 공식 유튜브채널 ‘오롯이 광양’은 광양시가 운영하는 여러 SNS 채널 중 하나다. 채널 초기에는 그래도 ‘적당한 선을 지키는, 공무원 같은’ 영상이 주를 이뤘는데 지금은 아니다.
 
이제 홍보실장은 이상한 선글라스를 쓴 채 춤을 추고, 시장은 손가락으로 브이와 하트를 날리면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전한다. 콘텐츠가 새롭게 공개될 때마다 화제성이 더해지고 있다.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광양시민신문 유튜브 채널 담당자가 한번 염탐하러 가봤다. 순수하게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킬 목적으로. -편집자주-
광양시청 홍보소통실 미디어팀 ‘오롯이 광양’은 사무실  안과 밖의 표정이 확연이 다르다. 실내에서는 딱딱하게  앉아 조용히 있다가 밖에 나가 촬영만 하면 미쳐 날뛰는 수준이다. 왼쪽부터 엄태경 주무관, 서윤경 미디어팀 팀장, 김다정 주무관, 신나라 주무관. 가운데 남성은 김도훈 주무관이다. 
광양시청 홍보소통실 미디어팀 ‘오롯이 광양’은 사무실  안과 밖의 표정이 확연이 다르다. 실내에서는 딱딱하게  앉아 조용히 있다가 밖에 나가 촬영만 하면 미쳐 날뛰는 수준이다. 왼쪽부터 엄태경 주무관, 서윤경 미디어팀 팀장, 김다정 주무관, 신나라 주무관. 가운데 남성은 김도훈 주무관이다. 
밖에 나갔더니 미쳐 날뛰고 있다. 표정부터 다르다. 또 왼쪽부터 엄태경 주무관, 서윤경 미디어팀 팀장, 김다정 주무관, 신나라 주무관이다. 
밖에 나갔더니 미쳐 날뛰고 있다. 표정부터 다르다. 또 왼쪽부터 엄태경 주무관, 서윤경 미디어팀 팀장, 김다정 주무관, 신나라 주무관이다. 

 

아침 8시, 시청을 방문했을 때는 ‘오롯이 광양’이 이미 영상 콘텐츠 촬영 준비를 모두 마친 뒤였다.

이들이 오늘 촬영할 주 콘텐츠는 매화축제다. 축제 기간에 맞춰 개화 상황도 전하고, 야심차게 준비해 둔 8미터가 넘는 ‘대형 매돌이’도 공개할 계획이다. 특히 앱을 통해 매돌이와 매화축제를 연결한 증강현실 게임이벤트가 핵심이다.

서윤경 팀장의 차에 장비를 싣고 출발하자마자 카메라가 불쑥 얼굴 앞으로 튀어나왔다. ‘신 피디’라 불리는 신나라 주무관이 “처음 보는 얼굴인데 오늘 무슨 일이시죠?”라고 물었다. 자꾸 이것저것 묻는데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얼굴은 붉어지고 머릿속은 하얘졌다. 취재는 내가 하러 왔는데 이게 무슨 상황인지…. MBTI ‘찐 I’인 기자는 감당하기 버겁다. 오늘 하루 망한 것 같다.

 

촬영 안 하면 회의하고
회의 안 하면 촬영하고
현장에 도착했지만 ‘일단 대기’다. 정인화 시장의 점검이 꼼꼼해지는 만큼 ‘오롯이 광양’은 조금 더 오래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 이들은 오늘 촬영을 어떻게 할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오프닝에는 어떤 춤을 출지, 어떤 대사를 전할지 등 놀 듯이 말하면서 튀어나오는 아이디어가 매번 새롭다.

휙휙 빠르게 변하는 회의 주제도 놀랍지만 정말 이들은 입과 몸을 쉬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하루 내내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촬영을 안 하면 아이디어와 콘텐츠 회의, 회의를 안 하고 조용할 때는 오직 촬영할 때뿐이다.

서윤경 팀장은 “어디서 어떻게 구독자를 사로잡을 콘텐츠가 떠오를지 모르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꾸준히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재미를 위해서라면 ‘이걸 해도 될까?’하는 고민보다 일단 뭐라도 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자 ‘오롯이 광양’은 각자가 하는 일이 분명했다. 대체로 세부적인 현장 진행은 신 피디가 원하는 방향으로 맞춰진다. 나머지 김다정·엄태경 동갑내기 주무관들은 신 피디의 제안에 따라 척척 보조를 이어갔다.

 

번외로 최근 유튜브 쇼츠 등에 파격적인 등장을 이어가고 있는 정해종 실장은 “그냥 신 피디가 시키는 데로 한다”면서 촬영이 시작될 때까지 자신이 어떻게 쓰이는지 전혀 모른다고 전했다.

 

‘현장의 변수’는 계속되고
‘칼퇴의 순간’은 멀어지고
현장은 늘 계획과 어긋나 변경되기 마련이다. 이날도 변수가 꽤 많았다. 대형 매돌이 앞에서 오프닝을 촬영할 땐 주변 부스 설치 공사에 잡음이 계속됐다. 엔딩 하나만큼은 그나마 관광객들 사이에서 자유로운 분위기로 끝낼 수 있었다.

다만 핵심인 증강현실 게임이벤트는 시험 가동 상황에서 계속 오류가 생겨났다. 정해진 포토존마다 다양한 이모티콘의 매돌이가 ‘짠’하고 나와야 했지만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그 순간에도 프로그램이 계속 업데이트되며 용역사의 수정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현장에서 콘텐츠의 방향을 틀기로 했다.

 

언덕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추가되는 촬영에 점점 지쳐갔다. 그럴 때마다 ‘오롯이 광양’ 모두가 힘을 내라며 밀어붙였다. 나는 이제 그만 쉬고 싶은데 쉴 수가 없다. 열 받는다.

하지만 변수에 변수가 겹쳐도 좀처럼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는 모습은 다소 신기했다. 바로 전날도 야근했었던 탓에 아직 피로가 남았을 텐데도 왜인지 활기차다. 전반적인 일정이 밀렸으니 오늘도 야근이 확정이겠지만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서 팀장 차를 얻어타고 온 나는 마음이 불안해졌다. ‘칼퇴’가 누구 집 멍멍이 이름인가 싶다.

 

자유롭고 편안하게
시민들에게 ‘오롯이 광양’
‘오롯이 광양’이 재밌어진 또 다른 이유는 젊은 주무관들이 놀면서 만들어 내는 끈끈한 합이다. 그들의 아이디어가 톡톡 튈 수 있게 돕는 부서 전체의 분위기도 빼놓을 수 없다. 혹시 남몰래 속이 터질지는 몰라도 하고픈 데로 믿고 놔두는 팀장들과 실장의 보이지 않는 배려는 말할 것도 없다.

젊은 주무관들이 짬나는 시간을 활용하는 방식은 대체로 비슷하다. 최근 떠오르는 콘텐츠나 트렌드를 보면 곧장 공유하고 토론해 본다. 하이에나처럼 서로 물고 뜯기도 자주 한다. 김다정 주무관과 엄태경 주무관, 현장에 따라오진 않았지만 최근 전국노래자랑 예선 접수 콘텐츠의 주인공인 김도훈 주무관이 한 패거리다. 이들은 무리를 지어 신 피디를 공략해 보지만 늘 역부족이다.

예를 들면 신 피디가 “늘 후배들을 배려하고, 상사를 존중하며 일 한다”고 말하자마자, 김다정·엄태경 주무관이 무슨 소리냐는 듯 “엥?”하고 받아쳤다. 신 피디는 뒤늦게 “시장님이나 실장님을 잘 괴롭히기는 하는 것 같다”고 실토했다.

이어 평소 목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질문에 신 피디가 “물을 많이 마신다”고 하자마자, 이번엔 김다정 주무관이 “담배를 끊었다”고 말했다. 엄태경 주무관도 “우리 팀 비밀 아니었냐”고 덧붙인다. 이번에는 신 피디가 “예, 그렇습니다”라며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자 결국 김 주무관은 “3명이 하나를 상대 못한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오롯이 광양’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진 것은 광양시장부터 신규 공무원까지, 홍보소통실과 미디어팀은 물론 시청 모든 부서가 시민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려 노력한 결과다. 이미지가 망가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공무원들의 남다른 희생정신도 한몫했다.

 

신 피디는 “우리 광양시청이 시민들이 느끼기에 마냥 딱딱하지만은 않은 기관으로 다가가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시민들에게 즐거움과 행복, 다양한 정보를 ‘오롯이’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마치 ‘오롯이 광양’처럼”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꼭 전해달라는 말이 있었다. “‘오롯이 광양’ 좋.댓.구.알! 부탁드려요!”
 
추신 : 재밌을 줄 알고 동행했다가 괜히 근육통이 생겼네요. ‘오롯이 광양’ 참 고~맙습니다. 하루 빨리 신 피디와 충주시 홍보맨이 1:1로 대결하는 날이 오길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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