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부터 예술전시·한옥스테이·카페 등 ‘활발’
“일상 곳곳서 쉽게 예술을 만나는 마을 만들고 싶다”

인서리공원은 사실 인서리에 있지 않다. 읍내리에 있다. 하지만 이름이 무엇이든 어디에 있든 중요하지 않다. 조용하던 광양읍의 한 골목이 이곳을 찾는 시민들과 관광객으로 시끌시끌하다는 게 중요하다. 핫하다는 소문을 너무 많이 들어서 그만 궁금해져 버린 인서리공원을 다녀왔다. -편집자주-

 

인서리공원은 광양에서 가장 처음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됐던 곳이다. (주)아트앤에디션 컨소시엄이 12월 1일 문을 열었다. ‘일상이 예술, 예술이 일상’이라는 가치 아래 작가들의 작품을 에디션프린트로 제작해 판매하는 (주)아트앤에디션과 그림닷컴, Aat가 함께 참여해 공간을 완성했다.

(주)아트앤에디션은 인서리공원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몇 가지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가장 첫 번째가 ‘광양다운, 광양에서만 가능한 기획에 초점을 둔다’는 내용이다. 이어 ‘지역 브랜드의 성공 사례를 만든다’, ‘F&B(푸드앤베버리지)는 지역을 소재로, 숙소는 체험을 콘셉트로 한다’, ‘작은미술관, 동네미술관 기획…아트를 얼마나 친근하고 가깝게 보여줄 것인가’, ‘현지인 고용과 교육’ 등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지역에 초점을 뒀다. 

 

이들이 위탁받은 총 14개의 크고 작은 공간 중 11개의 공간은 전시장, 카페, 아트숍 등 이미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일부 직원들이 내려와 있는 관계로 1곳은 직원숙소로 사용 중이다. 아직 활용하지 못한 예담창고와 작은 한옥은 ‘마을 미술관’ 콘셉트로 구성할 계획이다.

핵심적인 공간을 살펴보면 일상을 즐겁게 하는 카페 Aat, 예술을 보다 가깝게 접할 수 있는 △반창고 갤러리 △01 △갑빠오의 집, 그리고 오랜 세월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스테이 △다경당 △홰경당 △예린의 집으로 구성돼 있다. 기본적인 한옥스테이나 카페 이용 외에 판화, 키즈 공예, 조향, 캔들 홀더 등 다양한 체험클래스도 즐길 수 있다. 

 

오래된 창고를 개조한 전시공간 ‘반창고 갤러리’는 김경화 작가의 ‘온기를 전하는 풍경’을 성공적인 첫 전시로 선보였다. 매화축제 시기에 맞춰 지난 10일부터는 황란 작가의 ‘매화, 소멸하는 아름다움’ 작품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몇몇 집은 한 작가의 작품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작가의 집’으로 만들어 마을 골목을 걷다가 쉽게 만날 수 있는, 뜻밖의 만남에 더 감동적일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계획 중이다. ‘갑빠오의 집’도 그중 하나다. 

 

박소연 대표는 “지인을 통해 광양읍 한옥을 소개 받았는데 다른 지자체가 만든 공간들보다 예스러움을 잘 보존해 리노베이션한 것이 매력적이었다”며 “평소 지방 사업에도 관심이 있었던 터라 좋은 인연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이미 용도가 정해져 보수가 이뤄졌던 탓에 우리가 원하는 콘텐츠를 접목하는 과정에 많은 한계와 고민이 있었다”며 “부족한 부분들은 계속 고민하는 과정인데 일단은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고 좋아해줘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또 “골목마다 다니면서 가장 많이 느낀 점은 전남도립미술관과 광양예술창고 등 주변을 문화로 연계할 수 있는 장점이 크다는 것”이라며 “커피 한 잔을 들고 골목을 산책하다 뜻밖에 만나는 미술관과 먹거리가 있는 그런 문화 마을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번외 이야기로 인서리공원을 직접 돌아보는 동안 계속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에서 반복됐다. ‘지역적 특색은 어떻게 표현되는 것일까’라는 점이다. 우리는 무언가 공간을 만들 때 역사와 전통을 상징하는 지명을 우선 고민하고, 특색에 맞춘 어떤 형태나 위치를 고집하곤 했다.

 

물론 지역을 기록하고 과거와 현대를 이어나가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고집에 빠져 완성된 공간은 이상하게도 지역 안에 갇히는 경우가 많았다. 조금만 벗어나 작명을 하면 또 서로 되묻기 바빴다. 마치 “배알도 섬정원을 잇는 다리 이름이 왜 ‘별 헤는 다리’냐”고 묻는 것처럼….

그런 상황에서 다시 짚어 보면 인서리공원은 인서리에 없고 읍내리에 있다. 그렇게 인식되니 오히려 ‘광양읍 인서리란 지명이 아름다웠구나’라고 연상할 수 있었는데 이게 지역적 특색을 조금 더 넓게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