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교장이 교가 작사하던 오랜 관행에서 벗어나
6학년 아이들 작사, 담임 작곡으로 만들어진 교가
교사·학생 간 교감과 소통 돋보이는 와우초‘ 눈길’

올해 새롭게 개교한 와우초 아이들은 특별한 노래를 자주 부른다.
친구들과 놀면서, 길을 걷다가, 산책하면서, 심지어 다른 도시로 체험학습을 떠났을 때도 흥얼거리듯 노랫말이 따라 다녔다.

노래는 인기 아이돌의 노래도, 유명한 외국 팝송도 아니다. 바로 교가(校歌)다.
와우초 아이들이 교가에 남다른 애정을 갖게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시작부터 이야기 하자면, 지난 2월 중 학교의 비전·상징 등을 정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통 교가는 초대 교장이 작사를 하는 게 교육계의 오랜 관행이다. 그러나 조 교장은 ‘작사를 꼭 초대 교장이 해야 할까’라는 생각에 “학교의 주인인 아이들이 작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동료 교사들에게 전했다.

6학년 담임을 맡은 성기랑 교사가 선뜻 작사 뿐 아니라 작곡까지 더해 교가를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수업 과정과 연계해 교가에 표현할 단어를 고르고, 비유적 표현과 강조할 표현도 붙여보고, 그렇게 만든 단어를 문장으로 이어 보는 과정을 거쳤다.

고르고 골라 만들어진 가사에 다시 기타 반주를 얹어 멜로디를 넣어보고, 여러 악기를 더하고, 박자와 음역대도 골라갔다. 음이 조금 높긴 하지만 그게 또 도전 의식을 부르는 매력 포인트다.

교가를 만드는 하나하나 모든 과정에 아이들의 의견은 소중하고 중요했다. 그렇게 성기랑 교사가 작곡하고 6학년 1반 아이들이 작사한 지금의 교가가 만들어졌다.

교가에 맞춰 ‘책상춤’도 만들어 영상도 만들었다. 유튜브에서 ‘와우초 책상춤’으로 검색하면 찾아볼 수 있다.
흔히 교가하면 떠오르는 게 ‘어디어디 산과 무슨 무슨 강의 정기를 받은 땡땡학교’다. 와우초의 교가도 ‘높게 뻗은 가야산의 푸름처럼 / 넓은 바다로 흘러가는 섬진강 줄기처럼’이라는 가사로 시작되는데 다분히 교가다움을 보이려고 노려서(?) 만든 대목이다. 아직 전교생이 모여서 다 함께 교가를 불러본 적은 없다. 오는 11일 한마음 체육대회 때 처음으로 다 같이 불러볼 계획이다.

6학년 1반 반장인 김현진 학생은 “교가를 만드는 과정이 너무 설레고 좋았다”면서 “다른 학교는 외부에 맡기는데 우리는 우리가 직접 참여해서 꽤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어부장을 맡고 있는 김윤서 학생도 “앞으로도 계속 불릴 노래이기 때문에 너무 쉽게 만들면 안 된다는 생각에 부담감도 있었다”며 “작사를 할 때는 어떤 멜로디가 더해질지 모르니까 더 고민이 깊었다”고 덧붙였다.

학생회장인 곽서아 학생은 “우리가 만든 노래다 보니 잘 외워졌다”며 “후배들이 따라 부르는 걸 보면 뿌듯하지만, 음정과 박자를 틀릴 때는 따라가서 고쳐주고 싶기도 했다”고 전했다.

음악부장인 김윤희 학생은 “3월에 학부모들 앞에서 처음 교가를 불렀었는데 박자를 틀려서 속상했다”며 “연습 때도 박자가 계속 빨라졌는데 한 친구가 혼자만 빨리 불렀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워낙 음이 높아서 안 올라가는 애들이 더 많다”면서 “교가가 입에 붙어서 앞으로 2절, 3절도 더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이쯤되면 눈치챘을지 모르지만 6학년 1반 학생 12명은 전원 ‘OO부장’을 맡고 있다.

“모든 선택은 아이들과 함께”
교사와 학생 사이가 너무 좋은 와우초

6학년 1반 학생의 담임이자 교가를 작곡한 성기랑 교사는 교직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7년째다. 아이들이 말하는 성기랑 교사는 다정하고, 먹을 것도 잘 사주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수업할 때는 재밌고, 솔직한 사람이다.

색연필과 물감 등 다 사줘서 월급을 우리들에게 다 뺏긴다는 학생의 말에 성기랑 교사는 “그러려고 돈 버는 거다”라며 웃어 보였다. 반면, 보드게임을 사줬는데 같이 놀아주지는 않는다는 말에는 “너희가 한 번도 같이 하자고 한 적이 없다”며 억울해 하기도 했다.

와우초등학교의 1회 졸업생이라는데 벌써부터 자부심이 넘치는 6학년 1반 학생들은 아직 정원이 다 채워지지 않은 덕에 6학년에 배정된 반 3개를 모두 쓰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한 교실은 밴드 악기를 연주하는 곳으로, 다른 교실은 체육활동을 할 때 쓰인다.

조미영 교장이 와우초의 개교 멤버 핵심으로 6학년 아이들을 꼽을 정도로 1반 학생들은 활발한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학생들도 조미영 교장을 좋아한다. 시도 때도 없이 망설이지 않고 교장실을 들락거릴 정도다.

최근에는 또래 상담실을 운영하지 않은 날을 골라서 카페를 운영하기로 했다. 교사들은 무조건 2500원, 학생들은 1천원이다. 환경보호를 위해 텀블러를 가져오면 500원 할인 혜택도 있다.
발생한 수익은 연말에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카페를 준비하면서 직접 쿠키를 만들기도 했는데 맛은 괜찮았지만 결국 사서 팔기로 했다.

하나 더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배달대행 서비스다. 친구에게, 선생님에게 전하지 못한 속마음을 대신 전해주는 게 목표다. 처음 배달대행 서비스 제안을 들었을 때, 성기랑 교사는 물론 조미영 교장도 아이들의 깊은 속내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6학년 1반 학생들은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학교생활을 보여주고, 우리들을 따라서 당당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다”며 “초등학교 생활이 마지막인 만큼 반 친구들과도 서로 즐겁고 행복하게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 학교가 너무 좋고, 1회 졸업생이라는 것도 자부심이 넘친다”면서 “등교할 때마다 우리 이름을 불러주는 교장 선생님도 좋고, 항상 즐겁게 학교생활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모든 선생님들께도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성기랑 담임교사는 “길게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냥 아이들이 항상 당당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조미영 교장은 “아이들은 칭찬과 격려, 지지를 통해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도록 인정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6학년 아이들이 1년을 소중히하고, 후배 학생들과 함께 행복한 교내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적극 응원하고 돕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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