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주 진보당 광양시위원회 위원장
유현주 진보당 광양시위원회 위원장

얼마 전 뉴스에 충격적인 사건이 발표됐다.

고공농성 중이던 노동자를 경찰이 경찰봉으로 수차례 머리를 내려쳐 끌어내린 사건이다. 그것도 우리 광양에서 말이다.

초등학교 1학년 손주가 그 뉴스를 보고 저건 뭐예요?’라고 물었는데, 차마 뭐라고 답할 수 없었다는 할머니, 이게 도대체 2023년 대한민국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나라가 엉망진창이라고 슬퍼하는 고등학생, 8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고 무섭다고 말하는 걱정과 분노의 목소리를 사건 이후 어디서나 들을 수 있었다.

머리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노동자의 그 모습에서 나는 과거의 어떤 사건들과 사람들을 떠올렸다. 60년 김주열, 87년 이한열, 91년 강경대, 05년 전용철.

모두가 집회 시위 현장에서 국가 공권력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공권력에 저항해 스스로 목숨을 내어놓은 이들 또한 부지기수다.

도대체 지금 대한민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지난 522, 국민의 힘은 야간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법률 개정을 공식 추진하겠다고 했다. 0시부터 06시까지의 집회 시위를 금지하고, 집회 시위 해산 과정에서 경찰의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조항 신설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정부·여당·대통령실이 전날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의견을 모은 결과라는 전언이다.

바로 다음 날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지난주 12일에 걸친 민()노총의 대규모 집회로 인해 서울 도심의 교통이 마비됐다우리 정부는 그 어떤 불법 행위도 이를 방치·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관계 공무원들은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누군가의 공책에 적혀졌을 대통령 지시사항에 다름 아니다.

이어 윤희근 경찰청장은 525집회·시위 현장에서 적극적 법 집행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본인의 신청이 없더라도 적극 행정 면책심사위원회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징계 안 할테니 집회시위를 적극적으로 진압 해산하라는 말로 들린다. 그리고 바로 6년 만에 불법 집회 해산 및 검거 훈련을 재개했다. 손발이 잘 맞아도 너무 잘 맞는다.

집회 시위 금지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다.

87년 민주항쟁 이후 집회 시위가 자유롭게 보장되고, 야간집회 금지도 2009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났다. 대한민국은 24시간 집회 시위가 보장된 민주국가인 것이다. 특히 2016~2017년 벌어진 촛불집회는 초대규모 시민들의 야간집회, 새로운 집회문화를 창조하고, 수개월 동안 지속해 부정의한 권력을 끌어내린 전세계적 자랑이 아닌가. 그런데 윤 정부와 국민의 힘은 이를 거꾸로 돌리려 한다.

집회 시위를 강제 해산하는 것도 위법이다. 미신고 집회라도 말이다.

2012년 대법원은 미신고라는 이유만으로 시위를 해산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면 집회의 사전신고제를 허가제처럼 운용하는 것이어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해 부당하다라고 판결했다. 다만 타인의 법익과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 위험을 초래한 경우 제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직접 위험이란 방화, 재물손괴 등을 말한다.

근래 민주노총이나 시민들의 집회 시위가 직접 위험을 가한 적이 과연 있단 말인가. 사람이 많이 모여서 벌어진 무질서는 있을지 모른다. 이는 계도나 범칙금 부과 등 적절히 조치하면 된다.

그러나 민주노총 문화제마저 강제 해산시키고, 선량한 노동자를 경찰봉으로 두들겨 팬 것은 누구인가. 7~80년대 독재시절을 연상시키는 사람은 누구인가. 민주노총 집회는 무조건 불법이라 몰아붙여 강제 해산하며, 노동조합 활동 자체를 가로막는 위헌·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바로 윤 정권이다.

집회·시위가 얼마나 보장되느냐는 민주주의를 가늠하는 척도 중 하나이다. 아직 정치적 힘을 확보하지 못한 사람들은 집회·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왔다. 그래서 윤 정권의 집회·시위를 금지하겠다는 발상은 시민들의 입과 귀를 막고 눈을 가리겠다는 매우 위험한 독재적 발상이다. 우리가 쟁취해온 민주주의, 집회·시위의 자유를 빼앗기지 말자. 민주주의라는 나무를 키우기 위해 다시 피를 뿌릴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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