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자와 광양 남자의 연애부터
각양각색 여섯아이들 육아일기까지

광주에 살던 조은정 씨와 광양에서 살던 남편 권경용 씨의 연애 이야기는 그 시절, 한편의 청춘영화 같다. 말하자면 싸이월드가 맺어준 인연이랄까? 당시 싸이월드는 다른 사람의 미니홈피에서 어떤 콘텐츠를 공유할 때면 ‘퍼가요~’란 댓글을 남기곤 했다. 

22살의 조은정 씨는 왜 그랬는지 지금도 기억나지 않지만, 굳이 어떤 한 사람의 미니홈피에 가서 ‘퍼가요~’란 댓글을 남기고 이름 모를 단체가 태권무하는 동영상을 공유해 갔다. 그 댓글을 본 남편은 굳이 또 조은정 씨의 미니홈피에 가서 사진첩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댓글을 남겼단다. 대충 전화번호를 내놓으라는 내용이었다. 

남편의 연애편지
남편의 연애편지

조은정 씨는 역시나 왜 그랬는지 기억 못 하지만 휴대전화의 번호 끝자리만 빼고 알려줬다. 그리고 얼마 뒤, 먼 훗날 남편이 될 낯선 남자에게서 ‘확인사살’이라고 문자가 날라왔다. 그게 그렇게 센스가 넘쳐서 만나보고 싶었다고 한다. 

알고 보니 남편은 ‘퍼가요~’ 댓글을 따라 들어간 은정 씨의 미니홈피에서 자신의 주변과 달리 에너지 넘치는 은정 씨의 모습에 끌렸다고 한다. 22살의 은정 씨는 대학을 다니면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봉사활동도 하고, 교회에 다니고, 국토대장정도 다녔다. 

3주였는지 2달이었는지 모를 시간 동안 문자를 주고받고, 전화를 주고받고,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은정 씨는 점점 남편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목소리도 좋고 말투도 좋았다. 남편 얼굴은 전혀 몰랐지만 딱히 신경 쓰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두 사람은 광주 유스퀘어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미니홈피 사진들을 보고 은정 씨의 얼굴을 아는 남편이 먼저 아는 척하기로 했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 남편이 보였다. 은정 씨는 ‘누가 봐도 저 사람이다’ 생각했다. 남편 뒤에 후광이 어마어마했다고 한다. 

어색함도 잠시, 손을 잡기로 했는데 남편은 깜짝 놀랐다. 은정 씨의 손에 땀이 흥건했다. 통상적인 남녀의 첫만남 이미지가 뒤바뀐 것 같지만, 그들은 그렇게 6년간 장거리 연애를 이어가다가 첫째 가온이가 생기면서 부부가 됐다.

첫째부터 여섯째까지 넘치는 아이들
첫째 아들 가온이는 13살, 둘째 딸 누리는 12살, 셋째 아들 다온이는 11살이다. 1년 딱 쉬고 다시 넷째 딸 아리는 8살, 다섯째 아들 시온이는 7살이다. 그리고 5년을 쉬고 태어난 막내아들 하온이는 이제 2살이다. 

아들, 딸, 아들, 딸, 아들의 조화는 막내가 아들로 태어나면서 무너졌다. 은정 씨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여덟째까지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너스레를 떤다.

아들 넷은 온으로 끝나고, 딸 둘은 리로 끝나도록 한글 이름을 지어줬다. 첫째와 둘째까지는 부부가 고민해서 정했는데 셋째부터는 친척들의 추천을 받아 투표까지 해가며 이름 짓기에 나섰다. 말은 안 하지만 부부끼리만 이름을 짓자니 한계에 부딪혔던 모양이다. 

아이들은 모두 수영을 잘한다. 은정 씨와 남편 역시 수영을 즐기는 편이다. 아이들은 다들 재능이 있어서 이번에 첫째와 셋째 아들은 전라남도 선발로 올해 5월에 열린 소년체전에 나가기도 했다. 둘째 딸도 여러 대회에서 곧잘 좋은 성적을 내는 편인데 이번 선수권 대회는 3위에 올라 아쉽게 소년체전에 함께하진 못했다.

부부가 아이들에게 수영을 배우도록 한 계기는 날씨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이었는데 예상 밖의 재능을 알게 돼 어린 선수들 뒷바라지에 바쁜 일이 하나 더 생겼다.

아이들은 제각각 개성이 넘친다. 첫째 가온이는 장남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어릴 때부터 의젓했는데 오히려 요즘 애교가 늘어서 또 새로운 느낌이라고 한다. 둘째 누리는 뭐든 잘 해내서 또 그만큼 많이 혼나는 아이라고 한다. 은정 씨는 다 잘 해내니까 더 욕심만 자꾸 난다며 둘째 딸에게 미안해했다. 

셋째 다온이와 넷째 아리는 서로 합이 잘 맞는다고 한다. 걸핏하면 눈물부터 흘리는 울보대장인 점마저 같다. 가온이는 세심한 성격으로 아리를 잘 챙기고, 아리는 천상 여성스러운 성격이라 둘만 놔둬도 조곤조곤 조용히 재밌게 논다고 했다. 

다섯째 시온이는 남매 중 유일한 B형이다. A형 은정 씨와 B형 남편이 만나 아이들은 모두 AB형인데 시온이만 아빠를 더 닮았다. 어리지만 상남자다. 아빠가 혼낼 때도 무서워하지 않고 말꼬리를 잡으면서 논리정연하게 대든다. 남편은 또 희한하게 다섯째는 더 이해된다고 한다. 혈액형이 같으면 공감하는 부분이 분명 있는 것 같다. 

아직 2살인 막내는 그냥 막내다. 사실 5남매까지는 하루 시간이 부족하게 육아에 집중했기 때문에 온전히 아이들의 성장을 기억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막내는 터울이 좀 있기도 하고, 나름의 노하우가 부부에게 가득 쌓인 덕분인지 하루하루가 새롭다. 걷는 것도, 앉는 것도 순간이 다 새삼 소중하다.

어른 둘에 아이 여섯
8명 대식구가 사는 법

어른 둘에 아이 여섯, 8명의 대식구인 은정 씨 가족은 부부가 나름의 고충이 있다. 놀러 갈 때면 차 한 대로 갈 수 없어 부부가 각자 운전하고 아이들을 나눠 태운다. 아무리 지쳐도 교대할 수 없다. 

빨래는 하루만 밀려도 산처럼 쌓인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 방의 절반을 채울 정도다. 아이들 모두 수영을 배우기 때문에 수건만 세탁기에 가득 채워 따로 돌려야 한다. 사용량이 많아서인지 몰라도 세탁기기 가끔씩 고장난다. 하지만 괜찮다. 간단한 고장은 수리할 수 있는 기술을 터득했다.

은정 씨는 인스턴트나 배달음식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간식은 대부분 과일이다. 4인 가구라면 다 먹는데 며칠씩 걸리는 과일 한 상자도 대체로 한나절 안에 사라진다. 부득이 아껴야만 다음날을 기약할 수 있다. 선물로 들어오는 케이크도 그 자리에서 끝난다.

가족의 아침식사는 몇 년 전부터 시리얼을 먹기로 했다. 사과와 당근, 양배추를 갈아낸 주스를 함께 마신다. 점심은 각자의 직장과 학교, 어린이집에서 먹고, 저녁은 부부의 퇴근 상황에 따라 한 번씩 돌아가면서 준비한다. 남편은 5시에 퇴근하고, 은정 씨는 6시에 퇴근해 다압면에서 넘어오는 시간까지 꽤 걸리는 편이다. 아빠가 아이들을 수영장에서 데려오고 저녁을 준비할 때가 더 많다는 이야기다. 식비는 대충 한 사람 월급 이상 나간다고 보면 된다.

은정 씨 가족이 사는 집은 방이 3개다. 아들끼리 한방, 딸들끼리 또 한방, 부부와 막내아들이 한방을 쓴다. 

남편은 아이들이 가장 처음 잘못했을 때 정말 엄하게 혼낸다. 엄마는 같은 잔소리를 쉬지 않고 반복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지 어긋남 없이 올곧게 자라고 있다. 부부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도움도 많이 되고, 갈수록 달라진 모습을 느낄 때마다 아이를 낳길 잘했다는 생각이 확고해진다. 부모를 이해하려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다.

인구의 날을 맞아 전남도청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인구의 날을 맞아 전남도청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은정 씨에게 남편은 더없이 소중하다. 결혼식 때 꼬깃꼬깃 접어둔 편지를 읽었을 때도 생생하다. 다툼 없는 부부가 있겠냐만 두 사람은 서로를 배려하며 끊임없이 표현하려 노력한다. 남편은 때때로 은정 씨에게 편지를 쓰고, 은정 씨는 그 편지를 모두 고이 간직하고 있다. 은정 씨가 워킹맘이자 여섯 아이의 엄마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는 것에는 남편이 정말 큰 몫을 함께하고 있다.

그 덕분에 은정 씨는 지난 11일 제12회 인구의 날을 맞아 전라남도청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도지사 표창을 수여 받았다. 여섯 남매와 함께 가족 공동육아를 실천하고, 일·가정 양립 등 저출산 극복을 위한 인식 개선과 가족 친화적 지역사회 환경을 조성한 공이 높게 평가됐다.

광양시 신활력 플러스사업단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다양한 지역사회 활동에 앞장서는 은정 씨, 할 말은 꼭 하지만 은정 씨에겐 한없이 다정한 남편 경용 씨, 그리고 부모의 에너지를 똑 닮은 여섯 아이들에게 앞으로도 행복한 날만 이어지길 바래본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