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도시였던 광양시는 광양제철소가 새롭게 둥지를 틀면서 급속도로 산업도시화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인 성장에 비해 문화예술 인프라에 대한 발전은 성장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어 도시 발전의 한계점에 부딪힌 상태다. 
특히 광양지역에서는 한국 문단에 큰 영향을 끼친 다수의 문인들이 인연을 맺고 있지만 지역에서는 이들을 기념할 공간이 부족해 지역의 정체성 확립과 청소년들의 정서함양 및 지역 발전을 위해 문학관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문학관은 지역의 정체성 확립 및 지역문화의 구심점이 되고 지역 사람들이 살아온 역사와 문화, 교육, 경제, 관광까지도 영향을 주는 만큼 광양의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할 미래의 자원이다.
이에 다른 지역 문학관의 사례들을 통해 문학관의 필요성을 점검하고 지역사회와 공유하며 문학관 설립이 가시화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 화두를 던지고자 한다. <편집자주>

 
사례#7 경남문학관
경남 문인들, 십시일반 초석 마련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경남문학관은 1998년 경남문인협회에서 경남문학관 건립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십시일반 모금한 성금을 초석으로 경상남도의 지원금이 더해져 2001년 개관하게 됐다.

경남문학관은 경남문인협회 부설 독립기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경남 출신 문인들의 문학 활동 지원과 자료 수집 정리와 보관, 도내 청소년과 경남도민의 문예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경남문학관 외관은 책을 펼친 지붕 모양의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입구 앞에는 펜 모양의 조형 탑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내부는 1층 전시실과 사무실, 2층 자료실 및 세미나실로 구성돼 있다.

1층 전시실에는 1920년대의 님의 침묵의 초간본 등 희귀도서와 작고 문인, 출향 문인, 경남문협회원들의 저서, 사진 자료, 육필원고, 지역 문예지, 동인지 등이 보관돼 있으며 기획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다.

현재 1층 전시실에는 경남문학관 2023년 상반기 기획전 이 잔()에는......’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회는 경남 도내 문인 40여 명이 직접 소유하고 있는 잔과 이와 관련된 일화들을 시와 글을 함께 전시해 잔에 얽힌 문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기획 전시회 중앙에 전시되고 있는 황금 잔의 경우 양미경 수필가의 사연이 담겨 있다통영 시장을 지낸 수필가 고동주 선생의 부인이 소유하고 있던 찻잔은 고동주 선생이 고인이 되고 유품으로 건네받게 된다. 평소 차를 좋아했던 고동주 선생이지만 고급 찻잔이 아까워 평생 눈으로만 감상하고 사용하지 못한 찻잔이라고 한다. 양 수필가 역시 선물 받은 찻잔을 소중히 여기며 눈으로 감상만 하다 전시회가 열리는 것을 알고 드디어 찻잔의 쓰일 자리를 찾게 됐다는 이야기다.

2층에는 세미나실에서는 문학 이야기, 심포지엄, 경남 시 낭송 잔치, 문학의 밤 등의 다양한 문학 관련 프로그램 및 행사를 개최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편 경남문학관에서는 경남문학연구와 경남문학관 리뷰지를 발간하며 교육청과의 연계사업으로 청소년의 진로·적성 탐구 프로그램 및 홈페이지도 운영 중이다.

사례#8 김달진문학관
한국 서정시의 메카

김달진문학관은 월하 김달진 시인의 생가(경남 창원시 진해구) 앞에 있다.

시인이자 한학자이며 승려, 교육자였던 김달진 시인은 1907년 생가에서 태어나 1989년 생을 마감하기까지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지만, 은둔생활을 거치며 대중들에게 크게 알려지지는 않은 시인이다.

김달진 선생은 진해시 항일 민족 기독교학교인 계광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경신중학교에 재학 중 일본인 영어 교사 추방 운동을 벌여 퇴학을 당한 후 고향으로 돌아와 모교에서 7년간 교편을 잡게 된다.

본격적인 문단 활동은 1929년 문예공론에 잡영수곡을 발표하면서부터다잠시 금강산 유점사에서 승려 생활을 하며 여러 작품을 발표했고 1936년 서정주, 오장환 등과 함께 시인부락동인으로 활동했다. 유점사에 머물던 선생은 일경의 탄압을 피하려고 북간도에 잠시 머물다 광복 후 서울로 돌아와 동아일보의 기자 생활을 하기도 한다.

1945년 광복 뒤 청년문학가협회 부회장, ‘죽순동인으로 서울과 대구에서 활동한 시인은 1948년 고향으로 돌아와 진해중학교, 해군사관학교, 남면중학교 등에서 교편생활을 하다 퇴임한다승려이기도 했던 선생은 고려대장경 역경 사업 등과 고승들의 문집번역, 불교 저술에 힘쓰며 불교의 현대화에도 크게 이바지하기도 했다.

선생이 1989년 세상을 떠나고 1990년부터 김달진문학상이 서울에서 시행됐으며 1991년에는 정부로부터 은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1996년부터는 김달진문학제가 진해에서 개최되고 2004년 생가 복원 및 2005년 김달진문학관이 개관하며 시인의 문학과 삶을 기리고 있다.

김달진 문학관에는 선생의 생애와 시, 자필 원고, 도서, 사진, 유물과 유품 등이 전시돼 있으며 맞은편 생가는 초가지붕 한옥 6동을 진해근대문화유산으로 보존, 관광자원으로서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또한 문학관에서는 김달진 문화상, 문화제를 열며 시인의 문학적 세계를 매개로 지역 문학의 뿌리를 찾고, 문인들의 활발한 문학 연구 활동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사례#9 남해유배문학관
절망 속에 핀 문학의 꽃

남해유배문학관은 국내 최대 문학관으로 유배문학을 연구하고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2010년 개관했다남해유배문학관은 야외공원과 함께 사색 산책로가 마련돼 있다.

야외공원에는 유배문학비, 서포 김만중 선생 동상, 유배객이 살았던 초옥, 십장생 조형물, 사씨남정기 이야기를 설명하는 패널, 남해의 바다를 형상화한 수변공원, 삼자동산과 은행나무길, 산책로 등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오감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초옥에는 한국다도협회 다향지부에서 다도 봉사를 나와 전통차를 무료로 시음할 수 있으며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다실내 문학관 입장은 유료로 내부에는 향토역사실, 유배문학실, 유배체험실, 남해유배문학실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입구 로비에서는 남해의 섬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보물섬의 비경을 담은 사진, 마제석기를 비롯해 남해의 유물, 목판 인쇄 등이 전시돼 있으며 기획전시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향토역사실에는 우리나라 대표 유배지 남해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역사, 생활과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또 남해대교 모형, 보물섬 소개 영상, 이순신 장군을 비롯한 정지 장군, 백이정 선생의 설명 패널, 실제로 사용했던 유물, 죽방렴 멸치 잡기 영상체험, 남해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자암 김구의 화전별곡, 남해의 미래비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유배문학실은 전 세계 유배의 역사와 문학에 대해 전반적인 내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으며 유배체험실에서는 유배 가는 길을 직접 체험하고 유배지에서의 생활상을 통해 유배문학이 탄생하게 되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알아볼 수 있다.

남해유배문학실에서는 대표적인 남해 유배객 6명이 남긴 문학을 이해하는 공간으로 꾸며졌다서포 김만중을 비롯한 6명의 대표 유배객을 소개하는 공간과 주요 문학작품, 정보검색, 남해유배문학이 국문학에 끼친 영향을 소개하는 영상 등을 관람할 수 있다.

한편 남해유배문학관은 서포 김만중 선생의 작품세계와 국문 정신을 기리기 위해 김만중문학상을 공모하며 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여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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