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부모들의 교육 사례 공유 모임 ‘페다고지’
교육에 관심 있는 부모 모여 다양한 토론

교육은 세대에 따라 변화한다. 전통 세대는 농업 사회로 일손이 중요했다. 집안의 대를 이을 아들이 필요했고, 자식이 공부보단 농사를 짓길 바랐다. 부모는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이었고 유교의 영향으로 공동체와 예의를 중시했다. 일제강점기와 6.25라는 역사를 겪으며 생존과 근검절약을 강조한 세대기도 하다.

박하나 씨
박하나 씨

베이비붐 세대에게 교육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도구였다. 가난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은 공부라는 사실을 몸소 체득했다. 자식에 대한 교육열도 굉장하다. 그렇게 해야만 잘 산다고 믿기 때문이다. X세대 부모는 이전 세대 부모와 달리 덜 권위적이고 자녀와 친구처럼 지내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합쳐진 MZ세대의 부모들은 어떻게 자녀를 키울까? 어릴 때부터 수많은 경쟁에 노출되고, 배움에 대한 욕구가 강하고 경험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MZ세대. 누구보다 자기 계발에 진심인 이들은 어떤 부모가 되어 아이에게 어떤 교육을 하고 싶은지 알아보았다. 다양한 해외·국내 교육 사례를 공부하고 토론하는 교육 모임 ‘페다고지’를 만났다. 페다고지는 교육철학이라는 뜻으로 ‘가르치는 행위’ 그 자체를 의미한다.

어떤 아이로 키울까?
대한민국에서 ‘교육’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입시’다. 각자의 출발선에서 좋은 대학에 진학해 괜찮은 직장을 갖는 게 목표인 경우가 많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청소년 자살률 증가, 학교 폭력과 비행 청소년 등 다양한 문제가 일상화된 사회에서 공부보다 선행되어야 할 교육이 있다는 것이다.

박하나(32) 씨와 김지윤(37) 씨는 자녀를 위한 교육방식을 공부하기 위해 교육 모임 ‘페다고지’를 만들었다. 하나 씨는 5월 출산을 앞두고 있고 지윤 씨는 7살 자녀를 키우고 있다. 교육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내 아이’에게 잘 맞는 교육법을 찾는 것이 목표다.

교육사례 수집 방법은 자유롭다. 교육과 관련된 책을 읽거나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해도 된다. 그리고 월 1회 만나 수집한 사례에 관해 토론한다. 스웨덴, 프랑스, 독일 등 주제가 되는 나라는 다양하다. 교육방식에 대해 공유하다 보면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은지에 대한 그림이 조금씩 그려진다.

김지윤 씨
김지윤 씨

더러움에 관대한 ‘스웨덴’
달라도 너무 다른 ‘프랑스’

박하나 씨는 스웨덴 육아법에서 어린 시절을 찾았다. 스웨덴은 깨끗한 환경을 가졌지만 한국 사람의 기준으로는 아이를 더럽게 키우는 편이다. 아이들은 기어 다니기 시작할 때부터 흙바닥을 구르며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입으로 탐색한다. 떨어진 음식물을 잡고 놀아도 막지 않는다. 더러운 손 그대로 간식을 먹고, 양치는 집에서만 한다. 더러움에 관대하고 깨끗하게 보다는 건강하게 키우려 한다.

깨끗함과 건강함이 같은 카테고리에 들어가지 않는 스웨덴의 교육법은 하나 씨의 어린 시절과 닮았다. 하나 씨는 시골 논에서 벌레를 잡고, 비닐하우스에서 개구리를 채집하고, 흙 묻은 과일을 먹고 자랐다. 그녀의 남편도 마찬가진데 부부는 지금까지도 보험금을 청구할 일이 없을 정도로 건강하다.

물론 해외 교육 사례가 무조건 잘 맞는 것은 아니다. 지윤 씨는 프랑스 육아·교육 방식에 의문을 가졌다. 임신부터 출산, 육아의 모든 과정이 한국의 문화와는 너무 달랐다. 

수면 교육에 대해서도 이해가 어려웠다. 부모와 자녀의 구분이 엄격한 프랑스는 4개월 난 아기라도 분리 수면을 한다. 프랑스 부모들은 카메라만 켜놓고 아기를 부부방과 분리해 재운다. 지윤 씨 입장에선 위험한 일이다. 

지윤 씨는 아이란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부모와 떨어진다는 사실을 몸소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부모의 손이 필요한 시기에도 ‘선을 긋는다’는 느낌의 프랑스의 교육법이 어색하다. 문화와 정서가 다른 교육 사례를 어떻게 이해하고 접목할지도 페다고지의 과제다.

깊어지는 교육방식에 대한 고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파

하나 씨는 아이가 독립적인 성인으로 자라길 바란다. 마냥 애지중지 하며 부모의 것을 퍼주기보다 도전과 경험을 통해 스스로 얻는 배움이 많으면 좋겠다. 본인이 자라왔듯 ‘소통’이 되는 시점부터 다양한 대화를 나눌 생각이다.

지윤 씨는 자녀를 모나지 않은 어른으로 키우고 싶다. 본인에게 주어진 일을 잘해 나가며 삶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커갈수록 교육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진다. 결국 부모의 선택으로 아이가 자라는 방식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페다고지는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함께해야 한다’는 말에 격하게 동의한다. 그래서 교육에 관심이 많은 이들과 다양한 토론을 나누고 건강한 영향을 주고받고 싶다. 페다고지는 월 1회 정기 모임을 하고 있으며 회원을 상시 모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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