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지사가 또 다시 비산먼지 관리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묵살했다. 지역민들이 그동안 비산먼지 관리권을 갖고 있는 전남도가 형식적인 관리와 기업 편향적 사고(思考)를 취해오면서 정작 주민피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왔는데도 말이다. 이는 실제 피해를 입고 있는 주민들의 간곡한 목소리이며 결국 전남도를 향한 구원의 요청이기도 하다.

1명의 직원이 광양은 물론 여수와 순천을 관리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무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남도는 그동안 지자체의 인력충원이 어렵다는 이유 같지도 않는 이유를 들며 불가방침만 고수해 왔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 가는 바가 없지 않으나 아무리 미사어구를 동원해 다른 이유를 댄다한들 그것은 자치의 속뜻을 철저하게 외면하는 처사임이 명백하다.

1년에 단 한 차례의 단속과 점검실적, 이것이 전남도 비산먼지 관리에 대한 극명한 현실이다. 한심한 수준의 행정행위라 아니 할 수 없다. 무엇 때문에 전남도가 존재하는 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조차 없이 자신과 기업의 이익을 계산하고 있지 않은지 심각한 의문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신속한 대응이 미흡하다’는 말의 의미에는 전남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질타이자 그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으로 돌아가면서 고통 받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주민이 아프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박준영 전남지사는 “비산먼지 확산이 광역적이어서 불가피하다”거나 “포스코가 능력이 있기 때문에 개선해나가고 있다”는 핵심에서 한참 벗어난, 다소 생뚱맞은 이유를 들어 여지없이 ‘불가’만 입에 달았다.

비산먼지 확산이 광역적이든 아니든 그것이 관리권 재위임 요구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지 모를 일이다. 광양시가 나서 비산먼지 대책을 세우고 이를 저감시킨다면 정작 여수와 순천시민들도 환영할 일 아닌가. 말도 아닌 말로, 그것도 비산먼지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당사자를 찾은 자리를 스스로 마련해 놓고 지역민들을 현혹하고자 하는 저의와 속셈이 무엇인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피해를 입고 있는 주민들 앞에서 ‘포스코 능력’ 운운 하는 말이 지역민들이 뽑은 전남지사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비단 기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현장에 포스코 회장이 앉아 있는 줄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면 과장이라 욕할 텐가.

문제의 핵심은 비산먼지 발생사업장이 광양에 소재하고 그 인근 지역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데도 전남도가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민들이 그 자구책으로 광양시에 재위임을 요구, 아니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박준영 지사는 자신과 기업의 입장이 아닌 지역주민의 요구에 귀를 열어놓고 지역민의 도지사로서 책무를 다시 한 번 생각하기를 바란다. 도지사의 권한은 자신이나 기업이 아닌 지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 것도 함께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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