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현장 연수
프랑스 영화 ‘아네트’ 등 4편 감상

야간에도 영화로, 관객들로 빛나고 있는 영화의 전당
야간에도 영화로, 관객들로 빛나고 있는 영화의 전당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현장 연수인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손꼽아 기다렸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개막작 임상수 감독의 ‘행복한 나라로’를 시작으로 폐막작 홍콩 렁록만 감독의 ‘매염방’까지 열흘간의 대장정이 이어졌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영화제가 개최되지 못했고 올해는 일부 다른 나라의 감독과 스텝 몇 명 외에는 대부분 작품만 참여했다. 

여러 나라에서 출품된 수백 편의 영화 중 연수 기간동안 4편의 영화를 관람했다. △레오 카락스 감독의 ‘아네트’(프랑스) △김미영 감독의 ‘절해고도’(한국) △카밀라 안디니 감독의 ‘유니’(인도네시아) △렁록만 감독의 ‘매염방’(홍콩)이다. 
 

‘아네트’ 레오 카락스 감독 인터뷰 중 유쾌하게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아네트’ 레오 카락스 감독 인터뷰 중 유쾌하게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먼저 영화 ‘아네트’는 △소년, 소녀를 만나다 △나쁜 피 △홀리모터스 △퐁네프의 연인들을 제작한 레오 카락스 감독 작품이다. ‘아네트’는 뮤지컬 영화를 꿈꿔온 열정과 미국 록밴드 음악의 만남으로 탄생했다고 한다. 

오페라 여가수(마리옹 꼬띠아르)와 스탠드업 코미디언(아담 드라이버) 사이에 아네트라는 딸이 태어나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폭력적인 충동으로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파멸로 이끄는 한 남자에 관한 뮤지컬로 관객들의 시선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으로 출연한 아네트 배역은 레오 카락스 감독 딸이라고 한다.

독립영화 ‘절해고도’ 주인공인 지나(이연)가 학교 자퇴 후 아빠(박종환)와 미래를 얘기하는 장면.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독립영화 ‘절해고도’ 주인공인 지나(이연)가 학교 자퇴 후 아빠(박종환)와 미래를 얘기하는 장면.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이어 우리나라 독립영화인 김미영 감독의 ‘절해고도’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의 외딴섬이라는 뜻이다. 삶의 표류와 고독, 혹은 미지를 담담한 자태로 그려내 영화의 정서와 잘 어울린다. 조각가인 아빠와 아빠를 닮아 미술에 소질이 있는 딸은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해 문제아로 낙인찍힌다. 

인물들은 인생의 절대적 사건 앞에서도 호들갑을 떨지 않으며, 비극적인 전환과 기습적인 변화에도 의연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삶을 체념 한듯 보이다가도 순간순간 작은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또 인도네시아 카밀라 안다니 감독의 ‘유니’는 시골에서 넉넉지 않은 집안 살림에 원하는 공부를 계속하려면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 고3 학생 유니에 대한 이야기다. 유독 보라색을 좋아해서 보라색 물건만 있으면 도둑질도 서슴지 않는 그녀는, 유일하게 어려워하는 과목인 문학 성적을 올리기 위해 자신을 짝사랑하는 친구에게 시쓰기 숙제를 부탁하기도 한다. 

얼굴도 예쁘장하고 성적도 곧잘 나오는 유니를 눈여겨본 남자들은 그녀가 졸업하기도 전에 청혼하기 시작한다. 유니가 청혼을 거절하자 작은 동네는 안 좋은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한편으로는 사춘기 소녀의 사랑스러운 영화이면서 저변에 깔린 보수적인 사회를 비판하는 영화다. 

홍콩 렁록만 감독의 ‘매염방’은 홍콩의 전설적인 가수이자 배우인 매염방의 일대기를 다룬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2003년 11월, 그녀의 마지막 공연의 마지막 장면으로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면사포를 길게 늘어뜨린 매염방이 높은 계단을 올라 무대 뒤로 사라지며 시작된다.

생계를 위해 무대에 서야 했던 어린 시절부터 본격적인 연예계 데뷔, 파격적인 무대매너를 통한 가수로서의 성공. 영화계에서 입지를 굳히게 되는 과정과 죽음까지를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더불어 화려한 성공 뒤에 가려진 외로움과 아픔, 20년에 걸친 장국영과의 우정과 이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고자 했던 모습, 특히 홍콩의 딸이라고 불릴 정도로 홍콩의 국내외적인 상황에 적극 목소리를 내고 행동했던 매염방의 다면적인 활동들을 다뤘다. 마지막 장면에서 “난 무대와 여러분들과 결혼했습니다”라는 말은 얼마나 무대와 공연을 사랑했는지를 느끼게 하는 대사였다. 

영화제 폐막일에 볼 수 있을 폐막작을 미리 볼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허문영 집행위원 인터뷰
허문영 집행위원 인터뷰


현장 연수는 일부 인사들과 인터뷰도 이어졌다. 지난해 부임한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제를 위해 프로그래머로 일한 15년 동안 회의한 횟수보다 5배 정도 많은 회의를 했을 정도로 열정과 시간을 쏟아 부었다”며 “영화제가 훌륭한 작품과 뛰어난 영화인이 집결하는 중심부, 이와 별개로 일상에서 영화를 향유 하는 작은 이벤트들이 공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진웅 배우 인터뷰 모습
조진웅 배우 인터뷰 모습


이번 영화제에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을 맡은 배우 조진웅은 그만의 특유의 재치로 재미있게 말했다.

조진웅은 “자신의 직업이 너무 좋다”며 “모든 인류가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제일 큰 고민은 집에서 시나리오 검토를 편히 할 수 없다고 했다. 방에서 검토하고 있으면 집안이 너무 조용해지고 거실에서 보면 가족들이 조용히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버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 안에서 자주 본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아울러 4편의 영화 외에도 보고 싶은 영화는 많았지만 마음의 욕심으로만 그쳤다. 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작품들은 이미 개봉됐던 작품들도 있고 개봉될 작품들로 있다. 잘 선정해서 관람한다면 넉넉한 가을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 가시지 않는 여운을 길게 간직하며 내년을 기약해본다.

인상 깊게 관람한 ‘절해고도’ 이연배우와 함께
인상 깊게 관람한 ‘절해고도’ 이연 배우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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