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살아도 나쁠 건 없더라’ 시집 출판하며 작가 데뷔
직접 액자로 만든 시 ‘광양 막걸리’…광양주조공사에 선물
김종현 대표 “귀한 선물 받아 감사…좋은 작가 되길 응원”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23살에 광양으로 이사와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김민서 작가는, 이제 광양에서 살아온 날이 더 오래됐다. 시를 좋아하는 소녀는, 시를 선물하는 여인으로 자랐다. 

김 작가는 최근 첫 시집 ‘가볍게 살아도 나쁠 건 없더라’를 펴냈다. 수록된 51편의 시는 김 작가가 아주 어릴 때부터 담아왔던 이야기들이다. 

어느 소년을 위한 탄원서가 김 작가의 시작이다. 다소 생소한 시작의 이야기는 작가의 말에 조심스럽게 담겼고, 탄원서를 쓰던 그때의 마음은 ‘새장’이라는 시에 고스란히 담겼다. 

어떤 때는 낙서하듯, 어떤 때는 잠 못 드는 기나긴 새벽을 이겨내려고. 김 작가 스스로가 ‘자작 시라기보다 낙서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많은 글은 그녀의 자신감 없던 세월만큼 집안 어느 한구석에 묻혀 있었다. 
 

가볍게 살아도 나쁠 건 없더라
가볍게 살아도 나쁠 건 없더라

 

삶에 지친 지인에게 용기를 내라는 뜻으로 낙서들 중 일부를 보낸 적이 있다. 지인은 시집을 출판해 보라고 권유라며 되려 김 작가에게 용기를 전했다. 
20년 동안 치매 아버지를 모시던 일, 먼저 떠난 언니와 오빠를 그리워하던 마음, 섬진강이 내려다 보이던 어린 시절 집, 재첩을 잡던 부모님의 통통배는 그렇게 집안 어느 한구석에서 벗어나게 됐다.

김 작가는 “문인협회나 동인지 활동을 했던 것도 아니고, 그냥 글이 좋아서 혼자 써왔었다”며 “지쳐있는 현대인의 삶 속에 용기와 힘을 보태주고, 독자들 모두 행복해 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출판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작은 출판기념회도 준비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자신감없이 혼자 써왔는데 앞으로는 용기를 내서 천천히 시간을 두고 꾸준히 시집을 펴낼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시인과 광양 막걸리
詩를 선물하는 시인

김민서 작가가 지난달 26일, 광양주조공사 사무실을 찾았다. ‘광양 막걸리’라는 시를 선물해주기 위해서다. 김종현 광양주조공사 대표와 김 작가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광양 막걸리’ 시를 쓰게 된 배경을 언뜻 엿들을 수 있었다. 


어느 날, 112 자전거봉사대 봉사활동을 끝내고 친구와 막걸리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평소 술을 잘 즐기지 않는 김 작가에게 가끔 있는 날이다. 서로 설움을 전하고, 술김에 속 깊은 이야기를 꺼냈다는 그날은 ‘친구’라는 시에 담겼다. 그리고 유난히도 잠에 들지 못해 새벽에 또 풀어낸 시가 바로 ‘광양 막걸리’다.

‘서운한 이야기 / 답답한 이야기 / 모두 접어두고 (중략) 사랍답게 살자고 / 건강하게 살자고 / 끝없는 응원가를 / 밤새도록 불러댄다’는 구절은 막걸리와 참 많이 닮았다. 
김종현 대표는 “막걸리는 정이 넘치는 술이다. 어떨 때는 맛이 좋고, 어떨 때는 또 다르다”며 “김 작가가 선물해 준 시를 보면서 사람과 정, 막걸리를 만들 때의 그 마음이 담겨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선아 씨, 김종현 광양주조공사 대표, 김민서 작가.
왼쪽부터 이선아 씨, 김종현 광양주조공사 대표, 김민서 작가.


이어 “그동안 막걸리를 만들어 오면서 받았던 선물 중 정말 귀하고 값진 선물이다. 이런 선물을 받은 사람은 전국 주조공사 다 해도 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포스터 등으로 제작해 주요 거래처에 전하면서 이 행복한 마음을 공유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민서 작가는 “사실 아무렇지 않게 선물했던 시였는데 일이 커졌다”며 “‘광양 막걸리’ 시를 본 지인들이 자신들도 그렇게 시를 써달라고 요청이 밀려와 요즘엔 시를 선물하는 일이 늘었다”고 전했다.

이어 “‘광양 막걸리’가 2~30년이 지나도 광양을 대표하는, 사람을 이어주는 막걸리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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