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초․중․고 학생 대상 ‘봉수’ 설문조사 결과

문화재청에서 주최하는 봉수 유적학술심포지엄(2023.12.06. 대전KW 컨벤션센터)봉수유적의 교육 현황과 홍보방안을 발표하기 위해 광양의 초··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특정 학교의 특정 학급을 대상으로 담임 혹은 교과 교사들의 도움을 통해 설문조사를 실시하다 보니 모집단의 대표성과 조사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초등학생 85, 중학생 77, 고등학생 86, 합계 248명이라는 제한적인 숫자의 학생이 참가해 통계 수치의 신뢰도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현재의 지역 초··고 학생들이 봉수에 대한 이해와 관심의 정도를 짐작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고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광양의 봉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1번 문항은 봉수 혹은 봉수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였다. 학생들의 답변은 잘 알고 있다15%, ‘조금 알고 있다41%로 절반이 넘는 56%의 학생이 봉수에 관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알고 있다는 비율이 중·고 학생들보다 초등학생들이 높다는 것이다. 초등교육 과정에서 봉수에 대해 좀 더 많이 다루고 있음의 영향이 크리라 생각된다. 학생들의 봉수에 대한 지식은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습득한 지식이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2번 문항에서는 1번 문항에서 봉수에 대해 알고 있다라고 답한 학생들이 어떠한 통로를 통해서 봉수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게 되었는지를 질문했다. ‘봉수에 대해 알고 있다라고 답한 140명의 초··고 학생 중 98(70%)학교 수업 시간을 통해 봉수를 알게 됐다고 답했다. 학생들 대다수가 학교 교육을 통해 봉수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2023년 10월 8일 봉화산 답사 때 촬영한 구봉산의 모습이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봉화산 정상이고, 멀리 메탈아트 봉수대가 보이는 곳이 구봉산 정상이다.
2023년 10월 8일 봉화산 답사 때 촬영한 구봉산의 모습이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봉화산 정상이고, 멀리 메탈아트 봉수대가 보이는 곳이 구봉산 정상이다.

3번 문항에서는 본인이 사는 지역의 봉수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를 질문했다. ··248명의 학생 중 잘 알고 있다는 학생은 중2 학생 한 명이었고 조금 알고 있다23명이었다. 결국 248명 중 24(10%)이 본인이 사는 지역의 봉수를 알고 있다고 답했다. 1번 문항에서 봉수에 대해 알고 있다라고 답한 학생이 56%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다.

우리 광양의 봉수를 아는 학생이 열에 한 명이라는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다. 광양의 어른들이 지역의 학생들에게 역사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수치이다.

4번 문항에서는 본인이 사는 지역의 봉수를 어디에서 들었습니까?’를 질문했다. 지역의 봉수를 아는 24명의 학생 중 16명이 학교 수업 시간을 통해 알게 됐다라고 답했다. 2번 문항에서와 마찬가지로 학생들 대다수가 학교 교육을 통해 봉수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학교 교육 프로그램 안에서 지역 역사교육을 강화해야 함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광양의 봉수 유적을 방문한 적이 있나

5번 문항에서는 본인이 사는 지역의 봉수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까?’를 질문했다. 248명의 학생 중 22(9%)방문한 적이 있다라고 답했다. 3번 문항에서 지역의 봉수를 알고 있는 학생이 24(10%)인 결과와 비교해 보면 당연한 수치이다.

6번 문항에서는 본인이 사는 지역의 봉수를 어떤 기회에 방문했습니까?’를 질문했다. 지역의 봉수를 방문한 22명의 학생 중 17(77%)가족과 함께방문했고, 3(14%)학교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했다고 답했다. 지역의 역사교육 현장을 체험하는 학교 및 지자체의 프로그램 확대가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다.

7번 문항에서는 본인이 사는 지역 외 다른 지역의 봉수 유적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까?’를 물었다. 248명의 학생 중 25명이 ‘1회 이상 방문했다라고 답해, 지역의 봉수를 방문한 학생수와 거의 비슷했다.

2006년 2월 26일, 구봉산 정상에서 필자가 찍은 사진이다. 정상 부분에 봉수대의 흔적으로 보이는 돌무더기가 보인다.
2006년 2월 26일, 구봉산 정상에서 필자가 찍은 사진이다. 정상 부분에 봉수대의 흔적으로 보이는 돌무더기가 보인다.

8번 문항에서는 본인이 사는 지역 외 다른 지역의 봉수를 어떤 기회에 방문했습니까?’을 질문했다. 다른 지역의 봉수를 방문한 25명의 학생 중 15(60%)가족과 함께방문했고, 2(8%)학교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했다고 답했다. 역사교육 현장을 체험하는 학교 프로그램이 많이 부족함을 보여준다.

9번 문항에서는 봉수 혹은 봉수 유적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할 생각이 있습니까?’를 질문했다. 248명의 학생 중 139(56%)의 학생이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중 29(12%)의 학생은 반드시 참여하겠다고 답하고 있다. 놀라운 수치이다. 특히 고등학생 86명 중 71(82%)이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는데, 이는 설문지도 교사의 의지 혹은 설문 당시의 분위기가 반영된 조금은 과장된 결과로 여겨진다. 아무튼 학생들 상당수가 봉수 관련 프로그램에 참가해 직접 봉수를 체험해 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봉수 교육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한 학교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의지가 요구된다.

군자는 종자로 사용할 씨 과일은 먹지 않는다

최근 광양지역의 이슈 중 하나가 구봉산 전망대의 메탈아트 봉수를 어디로 옮길 것인가이다. 그곳에 지역 기업의 후원으로 철 구조물을 건립하기 위함이란다. 지역의 역사를 공부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실제로 지금의 메탈아트 봉수가 다른 곳으로 옮겨진다면 앞으로 구봉산 전망대에 가서 학생들에게 무어라고 설명할 것인가?

주역의 제23괘 산지박괘의 상구효에 석과불식 군자득여 소인박려(碩果不食 君子得輿 小人剝廬, 씨 과일은 먹지 않으니, 군자는 수레를 얻고 소인은 집을 허문다)’란 구절이 나온다. 오랜 세월을 딛고 현재까지 남아 있는 역사 유물과 유적은 그야말로 인류의 씨 과일이다. 그래서 당장 현실적으로는 수지타산이 안 맞지만 문화재로 지정하고 박물관을 건립해 씨 과일을 영원히 후손들에게 전하기 위해 많은 돈을 과감히 투자하는 것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씨 과일을 탐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런데, 왜 광양시가 몇 남지 않은 지역 역사의 씨 과일인 구봉산을 허물려고 하는가? 도대체 왜?
제공=이은철 광양지역史연구회 ‘마로희양’ 대표

광양 초·중·고 학생 대상 ‘봉수’ 설문조사 결과
광양 초·중·고 학생 대상 ‘봉수’ 설문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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